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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OME NIGHTS

반갑다 시애틀

Hello, America

by 알버트



짐을 싣고 집을 향해 달리다 브런치로 유명한 가게를 가기로 했다. 나는 어차피 이방인이니 창밖으로 지나치거나 창 앞으로 달려드는 풍경에 반응할 뿐 나를 끌고 어디로 달릴지는 그들의 몫이었다.


비가 내렸다. 누구도 우산을 들고 다니지 않는다. 다들 후드를 입고 다니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그 바람 좋던 가을, 청량했던 바람이 생각난다. 한껏 기대했던 이번 여행이 생각보다 들뜨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낀다.












비행기에서 한 잠도 자지 못했다. 너무 건조해서 피부가 갈라질 것 같이 따가워서 힘들었다. 담엔 수분이 그득 담긴 크림이라도 가져가야겠다고 굳게 맹세한 터이다. 비 내리는 시애틀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피부는 따갑고 복잡했던 시애틀 공항의 입국 시스템에 멍한 마음이 차차 풀리는 중이었다. 올 때마다 복잡하다고 느끼는 공항이다. 오래 잠자지 못한 머리 속에서는 공간의 이동에 감각이 없다. 다만 브런치를 위해 순서를 대기하고, 손님의 80% 이상은 노인이라는 점이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키는 것 같다.


소시지와 베이컨, 커피로 이루어진 메뉴를 시키고 앉아 눈을 돌린다. 벽에는 누군가 모를 이들이 여기서 만나,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노란 메모가 있다. 그런 것이 삶인가 보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 저쪽 건너편에는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농구선수가 앉아계시단다. 천장에 닿을 듯한 키의 구부러진 허리의 그도 한 때 뜨거운 시절을 꽃 피워냈던 사람이다. 인사를 주고받는 그에게 더 이상 선수의 펄펄한 기상은 살아있지 않지만, 그 마음속 저 깊은 곳에는 청춘에 바친 제 시간이 고스란히 함께 살아갈 것이다.


알지 못하는 것이 우리 삶이다. 내가 여기 아침 녘에 도착해 먼 과거로부터 이루어진 그들의 역사 속 인물들과 같은 공간 안에서 밥을 먹게 될지 알 수 없었고, 그러나 현재 함께 함이 우리들의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