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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OME NIGHTS

콩코드

안녕, 사랑스러운 파리

by 알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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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에서 샹젤리제 거리, 콩코드 광장, 튈뤼르공원을 지나 루브르 박물관까지 걸었습니다.


개선문,

여행책자나 혹은 역사책 등에서 자주 봐왔던 바로 그 개선문이었죠. 그러나 그 이름으로 불리는 커다란 건축물 앞에 당도해서는 예상치 못했던 광경에 당황했습니다. 사실 조금 실망감이 들었던 거지요. 한국에서 프랑스까지, 오고 싶다 해서 동네 마실 오듯 설렁거리며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란 생각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탄식이 지나갔을 겁니다. 이름도 유명한 바로 그 개선문을 볼 것이란 생각을 할 땐 보통 온전한 모습을 기대하니까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위의 그림처럼 수리 중이었던 겁니다. 이런 일은 사실 저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죠.


나는 개선문을 보면서 한쪽 이마에 붕대를 맨 사람을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 아이도, 긴 시간을 사느라 지치고 피곤할 때가 있었겠지요. 그래서 때론 다쳐서 상처도 입고 약해지기도 하겠지요. 그러니 필요하면 약도 바르고 가끔은 목욕도 하고, 아프면 주사도 맞고 그래야 하나 봅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오래된 저 건축물이 생명을 가지고 우리와 함께 이 시간을 사는 듯했지요.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나이 들어가듯 우뚝 선 저 표식도 시간을 따라 제 식으로 나이를 먹는 중인지도요.


개선문에서 콩코드 광장까지 이르는 길 양쪽으로는 길게 거리가 뻗어 있습니다. 콧소리 가득한 아늑한 노래 한 소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한 샹젤리제 거리. 그곳은 밤의 광경이 훨씬 화려했을 겁니다. 낮에 보이는 거리는, 불빛보다는 사람들의 거리였습니다. 오고 가는 사람들과 햇빛을 피해 앉은 사람들 그리고 양쪽으로 주욱 도열하듯 늘어선 수많은 상점들의 거리였지요. 그곳을 지나치면서 생각했습니다. 여행과 관광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멋진 옷차림으로 우아한 자태로 도열한 상점들을 휘적여 보는 일은, 왠지 나와는 먼 일 같아 보이네요.


꽤 긴 거리를 걸어 당도한 곳이 콩코드 광장이었습니다. 콩코드 광장에서는 그 옛날 프랑스혁명을 지나며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를 비롯, 14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던 곳이라 하지요. 이집트 룩소르 신전에서 가져왔다는 오벨리스크는 그 광장 한편에 여전히 우뚝 서 있습니다. 멀고 먼 옛날 이 곳에선 그런 일이 있었고, 그 공간이 지닌 역사는 지울 수 없지만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은 그 예전과 같은 일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된 것이지요. 그 광장이 생각이 있다면, 자신을 거쳐가며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그런 곳을 지나치는 마음이 알 수 없이 싸~ 하고 헛헛합니다. 사람이 살았던 그 흔적이 마치 바람처럼 이 공간을 스쳐간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옛날의 그때 사람들, 무엇을 위해 살았고 무엇을 외쳤으며 실패했던 그 무엇이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을까요?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과 이른 사람들, 그리고 죽이는 사람과 그 무참한 죽음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려야 했을까요?

무엇엔가 사로잡히듯 들뜬 군중들의 집단적인 분노와 비이성적인 눈빛이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벌떼처럼 모여들어 핏발 선 눈으로 처형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칙칙한 옷 색깔로 보이는 듯합니다. 그리고 모여선 사람들의 광기 어린 웅웅거림이 들리는 듯도 합니다.

그렇게 넓은 광장에 운집했을 수많은 사람들은 제각각 무슨 마음으로 사형집행을 지켜봤을까요? 또 끔찍이도 날 서있을 칼날 밑에, 더 이상은 자신을 보호할 것 하나 없이 새하얀 목을 내밀었을 사람은 과연 지난 자신의 시간에 무엇이라 말하며 눈을 감았을까요? 드넓은 광장은 이제 수많은 이들의 발걸음과 호기심 어린 눈빛 그리고 차들의 거친 몸놀림 속에 숨고르기를 합니다.

콩코드 광장을 지나 멀리 보이는 건물을 따라 걸으면 이제 곧 루브르 박물관에 이르게 됩니다. 저 멀리 보이지요? 저기가 루브르 박물관입니다. 이 거리, 다시 걷고 싶네요. 그리고 콩코드 광장 근처에선 더 오래 앉아 시간을 즐기고도 싶습니다. 그때 사방에선 막 새싹을 피워 올리느라 분주했던 나무들이 있었고, 그런 나뭇가지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던 바람이 있었습니다. 감미로웠던 그 날의 햇살도 기억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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