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뮌헨
청소부 아저씨가 가르쳐준 길을 따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의 숙소 싸인이 보인다.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이른 아침에 도착한 터라 체크인 시간이 아직 멀었다. 시간이 될 때까지 걸어 다녀보기로 했다. 짐은 맡겨두고 심지어 아침도 먹고 나왔다. 상냥한 아가씨는 내가 참고할만한 설명과 함께 지도 한 장을 주었다. 다행히 지도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여러 군데를 보여준다.
자발적으로 걷는 것과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하는 건 좀 다르다. 그러나 나의 좋은 점은 이런 비자발적 선택조차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자발적 선택화하는 능력에 있다. 이건 꽤 유용하고 유연한 삶을 향유하게도 도와준다. 일상에서도 빛을 발하는 이 기술이 무려 여행 중임 에랴.
하긴, 그게 뭐 어려운가? 이런 사정이 아니라면 어찌 내 나약한 마음과 몸으로 7시간 이상 낯선 도시를 걸을 엄두를 냈겠는가? 그러니 내 의지가 아니었던 이 것에 발을 담는 그 순간부터는 오직 내 의지로 발자국을 찍는 거지.
볼거리들은 모두 도보 이용이 가능한 곳에 있다. 이 또한 축복이다. 뮌헨 신청사와 도보 전용 구간 입구에 들어섰다. 고색창연한 이 건물이 새로운 청사란다. 석화되어 있는 게 아니라 그 아래엔 사람들의 목적에 맞는 다양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게 흥미롭고 신선하다. 그게 저런 건물이 젊게 사는 비법일 것이다.
저 건물을 떠올리면 건물은 잘려도 좋으니 자기 전신이 잘 나오도록 찍어달라고 하던, 참 웃기고 당당하던 젊은 중국인 총각이 생각난다. 그는 사진만 찍고 총총 가방을 끌고 사라졌다.
아침 낯선 거리, 사람들보다 문을 열 준비 중인 가게들과 거리 청소 중인 사람들이 바쁜 시간이다. 인적 드문 썰렁한 거리를 지나 문득 고개를 돌리니 짙푸른 나무들이 그득 다가선다. 내 생각보다 내 몸이 먼저 그쪽을 향해 달린다. 지도를 보니 왕실 정원이라 표기되어있다. English Garden을 가 볼 생각이다. 왕실정숸이라는 여길 지나 그곳에 이르는 것 같다. 고요하다. 아직 사람들이 지나기엔 이른 시간이다. 이런 시간 이런 장소, 그리 익숙지 않은 이 느낌 역시 여행이 아니면 흔히 다가오지 않을 낯섦이 분명하다.
왕실 정원을 지나 English Garden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 내 앞에 닥쳐왔다. 아니 내 눈을 덮쳤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 시간 이런 장소에서 도심 서핑을 즐기리라고! 도시마다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흥미롭다. 야간열차에서 묻은 내 피곤과 찌듦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상쾌함으로 샤워한 듯하다.
여행은 신비롭고 즐거워라, 기대치 않은 이런 시간의 마주침이라니. 서핑복을 챙겨 입은 사내들 몇몇이 신나게 그들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건너편에 앉아, 물소리와 그들의 즐거움을 듣고 있으니, 이 것이 꿈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