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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OME NIGHTS

피카딜리 라인에서

HELLO, UK

by 알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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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생각하고 가끔 그려보고

그래서 당도한 곳이니 만큼

무언가 더 기대했나보다.


공항을 한바퀴 휘 둘러본 뒤

내심 아무렇지도 않은 척 전철표를 사고 런던 지도를 샀다.


몇 년째 세계 최고의 공항에 선정됐다는 인천공항과

카드를 대면 찍!하고 울리던 경쾌한 소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피카딜리 라인을 타고 가면서 마주치는 승강장 모습에 적잖이 놀라울 것이다.

아니 나만 놀라워했을지도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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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요한 건 외관이 아니라

잘 기능하는 본질이 중요한 것.


비록 카드를 찍으면 자동으로 열리는 개폐구는 아니어도

사람들은 각자의 목적지로 가는 동안

책이나 신문을 읽는 이가 많다.


지하철을 타면

으례 휴대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이어폰을 끼고 고개를 들 줄 몰랐던

말없이 기계와 대화하는 나나 사람들을 보던 눈엔

흠칫! 놀라웠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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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런던 전철은 비슷했다.

한 의자에 일곱이 앉으면

그 중 하나 정도 혹은 열 넷에 하나 정도는 휴대폰을 만졌다.



전통,

오래되어 손 때 묻은 것,

진실과 변치 않음이 주는 힘,

익숙함을 사랑하는 것.......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느라

가방 진 몸을 따라온 마음은 제법 부대꼈다.




















그 보다 먼저,

종이표를 넣어도 차단기가 열리지 않던 충격이 오래 남아있었다.


저러고도 이 이름난 도시가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제 이름표를 달고서.


표를 넣으면,

바가 열리고,

개폐기가 확 열리고,

그 다음 내가 지나가고....


이런 게 익숙한 최소한의 모습이었다.


배낭을 지고 작은 가방을 들고

표를 넣고 가만히 서 있었더니

아무일도 안 일어났고,

친절한 역무원 아저씨가 열어주시더라,

맘 좋게 웃으면서.


깜짝 놀랐네.


런던과의 만남은 내게 그랬다.

배낭을 지고

어설프게

그들 삶 속으로 들어가는 일

런던은 그런 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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