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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OME NIGHTS

세인트 폴 성당이었지.

HELLO, UK

by 알버트




버스에 올랐다. 서너 명의 승객들이 힐끔 쳐다본다. 온몸이 젖어 덜덜 떨린다. 옷도 젖고 손도 시리고 가방도 젖었다. 춥다. 웨스트민스터 역 입구에서 브릿지를 걸어서 건너왔기 때문에 바람 따라 부딪혀 오는 비를 피할 새 없이 고스란히 맞았다. 겉에 흥건한 물을 대강 닦아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런던아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으슬으슬 춥다는 핑계로 도저히 내릴 마음이 나지 않는다. '런던 아이는 멀리는 보는 게 멋질 것 같지 않아?' 혼자 말하며 모른척한다. 그냥 그대로 종일 버스에 앉아있는 게 어떨까 싶은 유혹이 생긴다. 좋은 아이디어였다. 런던은 날씨가 예술이라는 말들을 하더니, 정말 한 끝 보여주시는 듯, 뭐 그래도 나로선 햇빛 쨍쨍한 날보다야 오히려 낫다고 스스로를 달랬다.


세인트 폴 성당이라는 안내방송이었다. 도로 구경만 하면서 종일 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도 명색이 자유여행인데 말이다. 벌떡 일어나 내릴 준비를 했다. 준비 없이 내려서니 준비 없이 맞아주는 교회, 들어가려 했더니 개방 시간이 끝났다고 한 참 있다가 들어오란다. 그러면서 경비는 싱긋 웃는다. 오늘 정말 무슨 날이니, 나한테 왜 이러니....... 하릴없이 성당을 한 바퀴 돌았다. 임팩트 없이 죽죽 늘어선 빌딩들과, 그 사이에서 그리고 골목마다 바쁜 사람들. '어머나, 저기 봐, 세상에......' 그중에서도 온통 건물들에 둘러싸인 길에서 멀리 환한 꽃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든 한 무리의 작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날 사로잡더라. 여행을 하면서 문득문득 관광과 여행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처럼, 이름 난 건물을 보러 다니기보다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달래어 끌고 다니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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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 보면 이 성당은 내가 별생각 없이 단지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내린 곳이긴 했지만, 영국의 중요하고 유명한 건축물이라 했다. 위키백과에서는 세인트 폴 대성당을 이렇게 설명해 두었다.


세인트 폴 대성당(St. Paul’s Cathedral)은 시티 오브 런던레드게이트 힐에 있는 높이 108m의 성공회 성당으로 런던 주교좌가 자리 잡고 있다. 원래 있었던 세인트폴 대성당은 1666년 런던 대화재 때 불타 버렸으며, 1675년에 다시 짓기 시작하여 35년 만에 완공됐다. 세인트 폴 대성당의 34m나 되는 을 '속삭이는 방'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돔 안에서 작은 속삭임도 34m나 떨어진 반대편에서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돔 형태의 지붕의 꼭대기에는 높이 7m에 무게가 8t이나 되는 십자가와 황금 공이 있다.

현재 건물은 17세기의 것으로 일반적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성당으로 성 베드로 대성당, 피렌체 대성당과 더불어 세계 3대 성당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이 대성당은 런던을 방문한 여행객들의 대부분 들르는 곳 가운데 하나이다. 대성당은 런던의 옛 거리 가장자리에 있다. 템스 강을 낀 이 지역의 역사는 고대 로마의 교역소에서 시작하였다.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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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그 자리에 있다면 아마도 근처 커피점엘 들를 것 같고, 짊어진 배낭이야 아랑곳없이 그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시간을 맞춰 가는 지혜로움이 필요하겠지. 그러나 그 날 온 얼굴과 옷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해 오던 런던 첫날의 비바람 속에선 정신이 얼얼했었기 때문에 내 모든 사고도 잠시 버퍼링에 걸렸었다.


아니면 약간 오후에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성당 계단에 올라앉아 광장과 거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꽤나 멋질 것이다, 물론 그러려면 비가 오지 않아야겠지. 맞은편으로 난 밀레니엄 브릿지를 걸어서 건너면 테이트 모던까지 갈 수 있다니, 그 코스를 놓치지 않을 것 같다. 템즈강을 건널 때 공포심이 느껴진다면 꿈일 뿐이겠지만 그건 나 이외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문제 되지 않을 길,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훨씬 멋질 루트가 될 것이다. 석양이 질 때 템즈강과 어울릴 정경은 어떨지 궁금하다. 모르긴 해도 굉장할 것이다. 비도 비였지만, 성의 없는 여행자는 많은 것들을 놓치는 법이다.


성당을 뒤로하고, 다시 hop on hop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다. 친절한 아저씨들, 그러고 보니 여러 회사가 있었다. 표를 보여주니, 타는 곳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아저씨들의 미소에 따라 웃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웃음을 잊었구나, 아니다 한동안이 아니라 혼자 다니게 되면 웃을 일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언젠가 여행 사진들을 들여다본 적이 있었다. 원래도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나마 찍힌 사진에서 나는 늘 심각하고 무표정했다. 그리고 대부분이 흔히 말하는 셀카였다. 그리고 말했듯이 잘 웃지 않았다. 그러나 간혹 웃는 얼굴이 있었는데, 그땐 여지없이 옆에 사람이 있었다. 좋은 사람들 옆에서는 나도 모르게 활짝 웃기도 하고 심지어 사랑스럽게 웃기도 했다. 생소한 얼굴들. 혼자 다니는 사람들은 재주도 좋아서 친구들도 잘 만나던데, 도대체 관심 없던 나는 혼자서도 충분했고, 종일 아무 말하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고, 그리고 말없이 잠들어도 외롭거나 쓸쓸한 줄도 몰랐다. 그저 내 머릿속이 많은 생각들로 어지러웠고 바빴기 때문에, 다른 것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람 좋은 아저씨의 안내에 따라 얌전히 버스를 기다렸다. 승차권 한 장은 종일 잘 보관해야 한다. 탈 때마다 보여주어야 한다. 다시 타보자 어디로 데려다 줄지....... 여백의 공간미를 살리지 않은 그 거리가 다른 이들의 눈에는 어찌 보일지 몰랐지만, 나로선 꽤나 답답한 거리였다. 건물 사이를 걸으니 한 눈에 잡히지 않는 건물들이 나를 억누르는 듯했다. 건물이 사람보다 웅장하고 많았다. 이 성당을 보러 가기 위해선, 지하철 St. Paul's 역에서 내리면 된다고 안내책자에 쓰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