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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OME NIGHTS

트라팔가 광장에선 외롭더라

HELLO, UK

by 알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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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머무르던 며칠 동안 세 번 이상은 갔던 장소가 트라팔가 광장이었다. 의도적으로 내렸었고, 우연히 맞닥뜨렸으며, 걷다 보니 다다른 곳이기도 했다. 낮의 드넓음과 밤의 움츠림을 엿보았고, 여러 번 가고 여러 번 외로웠던 곳. 수많은 사람들 틈에 있어도 지극히 자유롭다 느꼈던 곳이 낯설지 않은 이름의 트라팔가 광장이었다. 광장에서 고개를 들고 한 바퀴만 돌면, 여행책자에서 안내하는 많은 것들이 나타났다. 정면엔 내셔널 갤러리가 보였다. 반대편으로 가면 큰 공원을 지나 근위병 교대식이 열리는 궁까지 갈 수 있었지만 먼저 내 마음 잡은 곳은 내셔널 갤러리. 문을 열고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고흐 특별전을 제외하면 별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없다. 회화 위주의 전시인데다, 고요하고, 사진 촬영이 금지된 갤러리. 그러니 그런 우아하고 큰 공간은 역동적인 내게 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심심하고 밋밋하고 지루하달까. 그보다는 입체적인 조각이나 장식품 등이 함께 전시되어 있고, 또 사진 촬영이 자유로운 영국박물관이 관람하기에 나았다. 적어도 런던에선 그랬다. 이 곳이 갈수록 열광했던 박물관 투어의 시작이어서 제 맛을 느끼지 못한 것일 수 있지만, 책 하나를 펼쳐 들고 방 번호를 따라다니며 보물 찾기 하는 기분은 냈어도 역시나 기억에 남는 작품은 여행 책자에 숨겨두었다. 적어도 찾을 보물이 숨겨져 있어도 보물인 줄 아는 눈에나 띄는 법 같아, 두어 시간 뒤에 광장으로 튀어나왔다. 시원하게 탁 트인 광장, 런던의 많은 곳들을 관람하기엔 더 없이 좋다.


광장이란 이름을 사람들은 어떻게 붙였을까? 광장이라고 할 때 벌써 마음이 확 트이는 것 같잖아. 사람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을 볼 수록 혼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라도 만날 턱이 없었지만, 누군가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넓은 광장 곳곳에서 아는 얼굴을 찾았던 곳. 트라팔가 광장에 서 있을 땐, 보고 듣기만 했던 바로 그런 장소에 서 있어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 못할 것 같은 마음이었다. 가끔 들춰 보던 그림 속으로 들어와있구나 싶었던 시간이기도 했고 신기하다는 그런 마음도 일렁이던 순간.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은 대부분이 함께였고, 나를 보니 그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고흐의 특별전을 본 것과, 특별 전시회를 본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이 전시회는 내용은 르네상스라는 것 이외엔 잊었으나 이상하게도 분위기만 남아있다. 꽤나 비싼 금액을 치르고 들어가니 그야말로 영국 신사 숙녀들, 노신사와 올드 레이디들의 지성과 기품으로 관람장에선 기침 한 번 하기가 겁났었지.


런던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이 광장이 달려온다. 혼자였지만 여럿 같았고 북적임 속에서 갈 곳을 찾던 곳. 그래도 다시 거닐어 보면 좋겠다. 이 번엔 그 누군가와 함께. 사람들을 모아놓고 춤을 추는 사람이 있었고, 다정한 사람들끼리 친근한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바삐 지나가고 느리게 기다리는 사람들로 광장은 구석구석 바쁘기도 하고 느긋하기도 했다. 내 것이 아니었지만 내 것처럼 거닐 수 있었던 흥분으로 아우성치던 공간. 이름만 익숙하던 공간에 서게 되어서였는지 신나고 들뜨고 기쁘고 그런 마음보다는, 너무 많은 사람들 속에 혼자 서 있는 내 모습이 자꾸 보이던 곳이었다. 그래 거기선 참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알싸한 마음이 3월 런던의 날씨만큼이나 찔러들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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