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OME NIGHTS

툭툭 아저씨

안녕, 라오스

by 알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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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꽝시 폭포에 가시죠.


툭툭 기사의 제안에 얼결에 답한 것이지만, 도대체 환산이 빨리 되지 않는 탓이 컸다. 그리고 숙소를 낮에 옮긴 탓에 오전 투어에 합류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도 있었다.


27살, 영어를 제법 구사하는 청년이었다.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그러겠다고 하긴 했지만, 아마도 혼자 이동하는 것이니 비쌌을 것이다. 이 청년도 살다 보니 하루는 이런 운 좋은 날도 있으라 싶어 모른척하고 출발한다. 꽝시 폭포를 향해 갈 것이다. 한 50분은 걸린다 했다. 그는 가는 길에 사촌 딸에게 먹일 분유를 샀고, 경찰서를 지나갈 땐 나보고 밑으로 숨으라 했으며, 사촌 가게에서 점심을 먹는 동안 나를 기다리라 했고, 돌아오는 길에는 물건을 가운데 형 집에 내려다 주고 왔다. 손님인 나를 혼자 태우고, 어딜 들른다는 말도 없이 차를 세웠다. 지극히 아무렇지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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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엔 인간적으로 느껴지다가 귀엽기도 하다가, 너무 하는데 싶다가 약간 불쾌해지기도 하다가, 나중엔 이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우리들의 사고방식이 다른가보다 생각했다. 무례하다고 보기엔 이 사람들은 착했고 선했으므로, 그게 손님에게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라오스에선 누구나 서로의 처지를 봐주면서 돌봐주면서 사는 것인지도 몰랐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거의 다 와서 덥다고 에어컨을 틀어달라 하는 것으로 소극적인 복수를 감행했고, 그 덕분에 익숙지 않았던 라오스 인들의 삶에 대해 내가 아직은 불편해한다는 것을 표시했다. 이해는 하지만 아직 준비 안된 내 감정을 돌보기 위해선 약간의 제스처가 필요한 법이다. 에어컨을 틀면 기름이 빨리 닳을까 봐, 바람 부니까 됐다고 하면서 내내 옆좌석에 앉아 갔었다. 방비엥을 약 십오만 원으로 데려다 줄 수 있다는 귀여운 제안을 거절하면서 청년과 헤어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꽤 많은 돈을 교통비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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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둘: 푸시산에 데려다 주세요.


아침 6시, 고요함 속에서 이루어지는 탁발을 본 뒤 푸시산에 가고 싶었다. 어제까지 가지고 있었던 지도는 시장엘 다녀오는 길에 어딘가 떨어뜨린 듯했다. 매우 좋은 지도였었는데, 안타까웠다. 탁발의식이 거의 끝났다 싶을 때, 푸시산까지 툭툭을 탈 생각을 했다. 입구가 어딘지, 어떻게 갈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므로 눈에 보이는 아저씨와 이야기를 했다. 복사해 온 지도를 보여드렸더니, 의사전달이 잘 못 됐는지 거꾸로 간다. 돌아오시려나....... 지도를 보면서 이리저리 설명하는 중에 아저씨는 내가 거길 먼저 가겠다는 뜻으로 알아들으셨던 모양이다. 난 단지 호텔 설명을 했을 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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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께서 골목을 향해 들어가시더니 세우신 곳은 사원 앞이다. 여기 사람들이 일등으로 꼽는 사원, 난 미처 볼 생각 못했던 사원이자 알고 보니 여행 책자에서 먼저 꼽는 사원이다. 설명으론 낮에 보면 햇빛을 받아 금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듯했다. 모자이크들이 아름답다는 사원이었지만, 미처 준비되지 못한 마음은 아침을 맞는 사원에게 미안함으로 물들었다.


아저씨께서 다음 가리킨 곳을 보니, 세상에.......! 가까이 가고 싶어도 많은 사람들 때문에 멀찍이서 보았던 탁발의 행렬이었다. 사원 앞에서 탁발이 이루어지고, 뒷골목을 돌아오는 것이었으며, 이 골목에도 공양을 준비해 와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찌 알고 찾아온 여행객이 서넛이었다. 난 그야말로 우연찮게 맞닥뜨린 장면이었다. 그러고 보면 꽤나 복 받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아침 고요와 붉은 색깔, 스님들의 걸음걸이, 공양을 하는 사람들과 끝난 뒤 제 각각 멀어져 갔던 풍경들, 강렬해서 잊지 못할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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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각각 사원으로 돌아간 뒤, 툭툭을 타고 갔다. 얼마 가지 않으니 내려주신다. 아저씨....... 흐흐흐. 바로 왕궁 박물관 정문 맞은편이 푸시산을 오르는 입구였다. 웃으며 고맙다 말씀드리고, 팁으로 꽤나 많은 돈을 드렸다. 아침부터 복 받으시라고, 좋은 데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많이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전해졌을지는 모를 일이다.


아저씨와 안녕을 하고, 뒤돌아 푸시산을 씩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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