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OME NIGHTS

꽝시

안녕, 라오스

by 알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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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사고 입구를 통과해 숲 속으로 난 길을 따라 들어가면 물소리 사람들 소리가 들린다. 소리는 빠르게 걷는 이들을 이끌고, 이윽고 풍덩풍덩 다이빙을 하는 이들이 그득한 곳까지 마음 바쁘게 달리게 한다. 그득한 물, 나뭇가지 위에서 뽐내며 다이빙을 즐기는 남자들. 그들 팔에 언뜻언뜻 보이는 문신들과 벗은 상반신. 이 것들이 주위와 어우러져 묘한 장면을 연출한다.


꿩 대신 닭이라 했다. 수영 대신 샌들을 벗고 발만 담갔다. 처음엔 여기가 꽝시 폭포인 줄 알았다. 그리고 가면서 만나는 폭포마다 거기가 꽝시 폭포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꽝시 폭포를 보고 미끄러지고 즐기다 내려오다 만난 사람에 의하면, 정상에 올라가면 폭포 꼭대기에 배를 타고 건너는 곳이 있다고 했다. 서양인 둘을 따라 산을 오르다가 너무 가팔라지고 간격이 벌어져 되돌아 내려왔던 곳을 말하는 듯했다.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고 말했으니, 그 모든 정보의 부족은 라오스 책자 하나 사지 않고 여행길에 오른 내 탓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게 나였고 되돌아가려는 마음은 없으니 그걸로 된 거였다. 그러니 혹 꽝시 폭포에 가시거든, 폭포 다리를 건너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을 따라 끝까지 가보시라. 그러면 아마도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을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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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시 폭포, 아름다웠다. 정말로 지금까지 경험했던 폭포 중에서는 특별하고 아름다웠고 왜 라오스 인들이 꽝시 폭포를 이르는지 알 듯했다. 몽환적인 폭포.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물안개에서 내려앉은 물에 의해 미끄러웠고, 함께 쌓인 황토로 흙빛이었다. 폭포를 보고 환호에 찬 마음이 제 멋대로 뛰노느라 다리를 왔다 갔다 하다 미끄러졌다. 조심조심했어도 그랬다. 누가 안 봤기를 바랐지만, 다행히 나를 본 그 누군가는 다시 보지 않을 이들이었다. 누군가 그 다리를 지난다면 생각보다 매우 미끄럽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 역시 알고 있었고 살그머니 걸었지만 살그머니 넘어지고 꽝하고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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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랜 시간을 폭포 곁에서 머물렀던 것 같다. 웅장하고 아름답고 신비롭고 사람을 부르는 힘이 있었다. 멀리서 폭포를 향해 갈 때 일었던 물안개는 가까이 갈수록 더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떠나고 남을 폭포를 생각해 본다. 혼자 남은 폭포는 어떨까. 폭포 혼자서 자신을 감당할 수 있을까? 무섭고 두렵고 외롭고 쓸쓸해 이내 아침이 되고 사람들을 만나기를 바라게 될까? 혼자서도 충분할 담대함으로 밤을 새울까?


알 수 없다. 그 속에 녹아든 폭포의 일생이, 일상이 어떠했으며 어떨지 폭포 아닌 내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폭포가 겪어왔던 오랜 시간을 이 시간의 마디만 본다고 해석될 수 있겠는가? 단지 내 눈에 보이는 것들로 재단하기 쉬운 인간이니, 쉽게 생각하고 가볍게 털어버릴 밖에. 마찬가지다. 지나치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나를 스쳐가며 나와 웃음을 나누고 인사를 나누는 이들이 과연 그 속에 무엇을 담고 있으며 무엇을 지나왔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단지 지금 눈 앞의 폭포를 느끼고, 나를 향해 카메라를 내미는 손을 잡아 셔터를 눌러주고 웃는 그대들에게 인사 건네며 이 순간을 각인하는 수밖에. 웅웅하던 폭포 소리가 여전히 울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