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라오스
주섬 주섬 옷을 주워 입고, 모자를 쓰고, 작은 보조가방 하나만 들고 호텔 쪽문을 나섰다. 6시부터 시작이니, 아직 시간은 조금 남았다. 여행자 거리 도로로 나오자 여기저기 주황색 옷이 이른 아침에 더 붉다. 그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반대편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또 그들을 바짝 따라다니기도 한다. 멀찍이 떨어져서 한 무리의 외국인들 틈에서 그들만의 의식을 지켜보기로 했다. 6시가 되자 붉은 옷을 입을 사람들이 사원으로부터 나섰다.
탓밧(Tak Bat)은 라오어, 우리 말로는 탁발이라 하고 스님들의 아침 공양 의식을 말하는 듯하다. 어떤 여행객들은 카메라를 스님들 가까이 어찌나 바짝 들이대고 찍는지, 저런 개념 없는 넘들을 봤나 싶다. 괜히 민망해지는 마음에 나만 더 멀어졌다.
노스님부터 시작해 아직 어린 스님들까지, 줄지어 넘실대는 이른 아침 짙은 주황색 가사 자락들. 스님들은 그 어떤 분들도 이 쪽을 바라보시지 않는다. 무심한 것인지, 아님 그간 경험에 의해 그게 더 낫다는 깨달음에서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이 쪽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맨발, 무거운 탓밧통, 그리고 앞사람과 떨어지지 않는 간격, 붉고 짙은 주황색 옷.
탁밧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거리는 매우 고요하다. 라오 거리에서 쉴 새 없이 지나다니던 툭툭 이도 오토바이도 멈춰 섰고, 자동차도 멈춰있었던 것 같다. 스님들도 몸만 움직였지만, 지켜보는 사람들도 몸만 움직일 뿐 아무도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소곤소곤....... 그래서 잠시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움직이는 그 넓은 공간이 차분하고 묵직하며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진중하고도 느리며 강렬하고도 고요했다.
스님들은 여행자 거리 주 도로를 돌아 뒷골목을 한 바퀴 지나 제 각각의 사원으로 향하는 듯 보였다. 이 것을 알고 그런 것은 아니었으나, 탁밧 의식이 끝나자마자 푸시산으로 달려가느라 툭툭을 탔는데, 아저씨와 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있었는지 아저씨는 내 호텔 쪽으로 한 참을 달리더니 반대편 골목으로 들어섰고 거기 멋진 사원 하나가 나타났다.
안내 책자를 펼치면 루앙 프라방을 대표하는 멋진 사원인 듯했다. 한 낮이 되어 강렬한 햇살을 받으면, 제가 가진 금색에 더 보태어 뜨거운 황금색을 토해내는 곳. 그러나 이른 아침 그 사원은 고요하고 인적이 드물었으며, 아직 사람들을 맞을 채비가 덜된 듯 보였다. 초대받지 못한 방문객처럼 마당을 한 바퀴 휘둘러보다 문을 나설 때, 아저씨께서 한 방향을 가르치신다.
오~세상에나....... 여전히 붉게 넘실대는 주황색 짙은 물결, 주 도로를 걸어 뒷골목을 거쳐 사원으로 돌아가시는 듯했다. 어쩌다 보니 그 뒷골목에 앉게 됐고, 나를 포함한 여행객이 셋, 각자는 바쁘게 자리를 잡고 섰다. 순간을 놓치면 다시 담기 힘든 그림이려니. 그들은 멋들어진 카메라, 나는 겁도 없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찰칵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는 내 카메라도 바쁘게 멈췄다가 찍다 반복했다. 해가 질 때도 그랬지만 탁밧의 행렬도 순식간에 지나간다. 모든 붉은 것들은 오래 머물기엔 너무 뜨거워서일까, 다시 덥혀질 불씨는 남기고, 타오를 땐 있는 힘껏 사라져야 하기 때문일까?
다음 날도 일어나 탓밧을 보러 나갔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공양 의식에 참여해 스님들에게 공양하고 있었고, 스님들은 천천히 걸어 붉은 담벼락을 끼고 대오에서 이탈 없이 그들만의 세상으로 사라져갔다. 붉은 행렬이 사라지면, 그 모든 것들이 본디 있지 않았던 것 같은 얼굴로 탈바꿈하고, 루앙 프라방도 제 얼굴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