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SOME NIGHTS

푸시 산에 오르자

안녕, 라오스

by 알버트





푸시산에게 거기 있으라 누가 말을 했을까? 푸시산이 없는 루앙 프라방은 어땠을까? 아침저녁으로 해를 길어 올리고 해를 재우는 그 일을 푸시산이 아니었으면 누가 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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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아저씨는 왕궁 박물관 정문 맞은편에 서서 산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8시엔 박물관이 오픈한다는 친절한 멘트까지 놓고 가셨다. 실없는 웃음이 나왔지만 여기가 입구였었다. 알고자 하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는 게 우리 사는 세상 아니던가, 그러니 왔다 갔다 했어도 알 리가 없었다. 아저씨가 가시고 뒤돌아서 푸시산을 씩씩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푸시산을 가려면 긴 돌계단을 오르게 된다. 숨을 몰아 쉴 때쯤 190계단이 남았다는 귀여운 안내가 등장하고, 숨을 고른 뒤 한 발 내디딜 때쯤 티켓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상에 있는 사원 입장료라 믿고 싶다. 직선으로 오르던 계단은 지그재그로 이어지고, 돌계단을 따라 오르는 발걸음은 쉽게 향일암을 오르던 때를 기억해 낸다.


푸시산에 오르면 루앙 프라방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마음만 있다면 사방을 돌아가며 볼 수 있더라. 두 마음만 있는 이들은 이쪽저쪽 두 편, 그러나 실은 여러 곳에 발을 올려놓아도 많이 보여준다. 누구의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푸시산이 보여주는 루앙 프라방은 다를지 모르겠다. 어떤 이의 품에서는 쓸쓸하고 아련한 풍경을 열게 하고, 어떤 이에게는 환희와 기쁨에 찬 시작을 보여주겠지. 오늘 정상에서 만난 사람은 채 열이 되지 않은 마음이었으니, 아마도 느릿느릿 그 마음을 펼쳤다 접었다 했으리라.


정상에 앉아 정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기가 지금 어디인지 잊기 쉽다. 클래식이라도 듣고 있으면 세상 번잡한 모든 것을 잊기는 더욱 쉽고, 시간은 멈추고 그곳에는 혼자만 있게 된다. 나와 대화하는 풍경을 들을 사람은 없고 걸어오는 말을 들키지 않으리라. 누구라도 그런 시간에 있다 보면 이 모든 것이 내 것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길지 모른다. 저 멀리 산과 그 산에 안겼다 풀려나는 안개, 메콩강, 집들, 다리와 도로 그리고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루앙 프라방이 보인다. 내가 있거나 없거나 아무런 상관없이 살아갈 나날들이지만, 나 아닌 다른 이들도 아침을 맞는 루앙 프라방을 보고 있었다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보고 싶었을 것이다. 바로 그런 마음이 내게도 있었으며, 아주 오래오래 거기 앉아 보고 싶었고 그 광경을 두고 떠나기가 싫어졌었다. 그런 마음을 달래면서 오후 해 질 녘에 인사하러 다시 오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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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보며, 시계를 보며, 산을 한 번 씩 올려다본다. 종일 걸어 다니고, 메콩강을 느껴보겠노라 몇 시간을 보트를 타면서도 조건은 하나 푸시산에 일몰을 보러 갈 수 있도록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착장에 도착해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먹고 푸시산 돌계단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 수많은 인파, 비 오듯 하는 땀, 바람은 적다. 아침과 다른 루앙 프라방이 거기 있다. 마치 온전한 내 것 같았던 아침 풍경이 수백 명의 눈 앞에서 잘게 쪼개지는 듯하다. 아침과는 다른 얼굴의 해는 붉은빛을 사방으로 흘리며 조각조각 안녕을 고하게 되니, 사람들은 조금 아쉬워하며 원래 내 것이 아닌 것들을 그 자리로 돌려보내게 되는지도 몰랐다. 아침보다 많은 저녁의 사람들, 그들은 시작보다는 마지막 안녕을 더 잘 고하고 싶은 사람들 이리라.


아침과는 다른 붉디붉은 해 한 덩어리, 일몰을 준비하는 해는 미리부터 그 실을 풀어냈는지도 모른다. 시뻘건 붉음을 감춘 해는 붉은 햇살을 풀다가 산등성이를 만나면 풀 쩍 뛰어들어버린다. 사라져 버린다. 푸시산의 해도 그랬다. 제 할 일을 다 한 것이고, 오늘 분의 제 빛을 모두 쓴 까닭이다. 푸시 산도 제 할 일을 다 했다. 하루 해를 길어 올리고 지친 해를 덮어 재웠다. 그러니 오늘 푸시산에 깃들었던 수백의 우리들도 제 꿈속으로 들면 되리라. 다시 돌계단, 해를 재우고 내려오면 아쉬운 마음을 잊게 할 울긋불긋 천막들이 넘실댄다. 여행자 도로 한 가득 나이트 마켓이 들어서고 있다. 해의 시간을 잊고 사람의 시간으로 들어갈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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