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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OME NIGHTS

꽃처럼 어여쁜

안녕, 인디아

by 알버트



등굣길의 소녀들을 여기저기에서 만났다. 흘깃 쳐다보기만 해도 꽃처럼 아름다운 아이들.

조금씩 다른 듯해도 알고 보면 다를 것 없는 고운 소녀들.


남루한 소녀들도 지나쳤다. 굳이 보지 않으려 했어도 자꾸 마음이 가던 애처롭던 아이들.

소녀들의 미래가 그저 보이는 것처럼 초라하지 않기를, 형형색색의 옷처럼 그렇게 밝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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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역에서 만난 그녀는 처음엔 웃지 않았다.

여러 번의 인사와 안녕을 나눈 후에야 내게 눈빛을 건넸다.

더할 수 없이 순한 미소를 나를 향해 보냈다.

숨이 멎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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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역에서 만난 소녀는 멀리서도 자신이 빛난다는 것을 알았다.

여럿 속에서도 혼자 빛을 발하고, 숨기지 못할 화사함이 그녀로부터 솟아난다는 것을 이미 알았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웃음은 내 렌즈에 와 닿기 전에 부서졌고, 그녀 뒤에 숨어 부끄럼 많던 아저씨와 선하디 선한 아주머니의 웃음이 먼저 내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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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라보던 소녀의 눈은 순수함이 적었다. 나를 향해 먼저 손을 내밀던 그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지 않다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그녀가 살아갈 방법을 찾은 듯했다. 내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그건 이미 니와 상관없었다. 그런 소녀였어도, 그 소녀는 그 존재로서 이 세상에 서 있있고 그런 그녀로서 살아있었다. 잠시 우리가 하는 행동이 타인의 입맛에 맞지 않다 해도, 그것이 그녀가 잘못 사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소녀가 번 돈으로 가족을 먹이는 삶을 치러내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다면 소녀는 나보다 고귀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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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적으로 집시의 자식으로 태어났다고 하여 그들 역시 제 뜻과 달리 집시의 삶을 살아내야 하는 건 아닐 터였다. 진정 그러하지 않기를 바랐고 소망했고 기원했다. 그 부모의 삶이 가난하다 하여 그 꿈조차 가난하다면, 이는 분명 슬프고도 험한 삶이었다. 가난하여 굴곡진 삶을 사는 것이 서러운 일이 아니라, 그런 삶이 꿈조차 꿀 수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슬픈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아이들의 나중을 다채롭게 그리기로 했다. 모래바람 이는 천막 속의 밤이 걷히면 아이들은 분명 저 색색으로 만들어진 굴렁쇠를 굴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막막하고 두려운 삶 앞에서, 그 안에 내재된 붉고 강한 생명력이 푸르고 싱싱한 먼 들과 바다로 안내해줄 것이라 믿기로 했다. 인간은 생각보다 강하고, 우리가 볼 수 있는 것들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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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웃고 눈을 마주치는 소녀들을 만났다.

그때 내가 만난 아이들은 동생을 돌보거나 부모 형제 곁에서 즐거웠고,

그리고, 어디론가 떠나는 델리 역에서 혹은 타지마할 그 넓고 하얗고 깨끗했던 풍광 속에서 웃었다.


아이들을 떠나 오래 있어도,

자주 떠오르는 선한 미소와 애처롭던 눈빛.


흰 목련이 터지고 벚꽃비가 내릴 때면

조드푸르, 자이살메르, 그리고 어느 시장과 집시촌에서든,

그때 그 아이들도 꽃처럼 예쁜 꿈을 꾸며 잠들기를.


숨겨뒀던 기억을 꺼내면

아이들은 꽃처럼 피어난다.

온갖 표정으로 말을 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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