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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버트 Jul 25. 2019

[아직도 가야할 길] 인생을 위한 빨간 약

인생의 기준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가

아 개 힘들다..

# 인생은 원래 고달프다

우리의 인생은 항상 구름 한 점 없는 파란빛이고 싶다. 내가 하는 모든 일들이 잘 풀렸으면 좋겠고, 노력한 만큼 보상받고 이왕이면 운이 좋아 무언가를 더 받았으면 좋겠고, 내가 힘들 것 같을 때 그 아픔을 같이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항상 내 곁에 있었으면 한다. SNS를 둘러보면 이런 우리의 희망사항을 다 이룬 것 같은 사람들이 보인다.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예쁘고 멋진 사람들과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요트 위에서 셀카를 찍고, 그리고 밤에는 여유로운 와인 한 잔과 함께 행복을 나누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 그들을 보며 ‘이것이 인생이지’, ‘이것이 진정한 삶이지’ 라는 생각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고달프다. 하는 일은 놀랄만치 안 풀리고, 노력을 해도 보상은 커녕 욕이나 듣기 십상이고, 행운의 여신은 항상 내 옆사람들에게만 웃음을 짓는다. 아픔을 나누기는 커녕 없던 아픔도 만들어내는 사람들만 주위에 있고, 달콤한 디저트와 요트의 꿈은 흔들리는 지하철과 삭막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내 인생은 뭔가 잘못됐어. 이건 좋은 인생이 아니야.”

그렇게 기준 이하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느꼈던 나의 생각을 바꾸게 해준 책 2권이 있었다. 바로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과 마크 맨슨의 신경 끄기의 기술이다. 하나는 에세이이고 하나는 자기계발서이다. 두 책의 장르와 주된 메시지는 명백히 다르지만 한 가지는 놀랄만치 같았다. 바로 인생에 대한 우리들의 관점과 기준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 인생은 대개 나쁜 쪽에서 흘러간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면, 즉 좋은 관계란 생득권이라기보다는 일어나기 드문 경우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그것을 당연시하게 된다.” -영혼의 미술관 (알랭 드 보통)

“ 인생은 어차피 고통으로 가득하다… 좋은 고통으로 가득한 삶을 살도록 해. “ -신경 끄기의 기술 (마크 맨슨)

인생은 원래 고통과 문제로 가득하다. 그것이 초기 상태 (디폴트) 이다. 행복은 당연한게 아니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얻었으면 감사해야 하는 것이다.

# 삶은 고해다

사실 스캇 펙이 지은 <아직도 가야 할 길> 은 자기계발이나 성찰보다는 ‘사랑’ 의 가치에 주목한다. 책에서 그는 두루뭉실하게 남겨진 사랑의 뜻을 정확히 정의했는데, 그에 따르면 사랑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 이다. ‘훈육’, ‘성장’, ‘종교’, 그리고 ‘은총’ 모두가 ‘사랑’ 이라는 중심 가치에 연결되어 있으며 사랑이 선행되어야 이 모든 것을 행하고 얻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오히려 나에게는 이 책을 시작하는 첫 문장, 즉 ‘삶은 고해다’ 가 더 기억에 남는다. 항상 기억해야 하지만 잊기 쉬운 ‘인생은 원래 고달프고 힘들다’ 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면서 행복을 빙자한 나태에 빠져있던 내 정신을 번쩍 깨워주는 명문장이었다. 책을 덮은 뒤에도 그 여운이 잊혀지지 않아 시간을 내어 다시 1부를 읽기도 했다. 내 인생의 디폴트가 자칫 ‘행복’ 으로 잘못 설정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 4가지 도구, 그리고 ‘포기’

1장의 메인 키워드는 ‘훈육’ 이다. 보통 부모가 자식을 가르칠 때나 사용하는 이 단어이지만, 스캇 펙은 이를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한다. 올바른 훈육을 위해서는 4가지 도구가 필요한데, 이는 1) 즐거운 일을 뒤로 미루는 것 2) 책임을 지는 것 3) 진리에 헌신하는 것, 그리고 4) 균형을 잡는 것이다.

그 중 나에게 큰 울림을 준 것은 마지막 도구인 균형 잡기, 특히 이를 익히기 위해 배워야 하는 덕목인 ‘포기’ 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수많은 모순과 상충되는 가치에 둘러싸여 있다. 이상과 현실, 권리와 의무, 목표와 단계, 경쟁과 화합 등이 대표적인 상충되는 가치들이다. 이러한 가치 속에서 내가 원하는 가치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균형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은 무너지고 만다. 비록 원하는 상황이 아니더라도 눈 꼭 감고 모두를 가지겠다는 욕심을 죽이는 순간, 새로운 눈이 뜨임과 동시에 그것들을 포기하는 게 생각만큼 큰 상실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행복과 풍요로운 삶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인생의 기준점을 불행에 맞출 때야 비로소 인생을 의미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이제 알았으니 남은 것은 실천 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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