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시즌 2 - 29편
오전 9시.
지난주에 공유했던 리스크 보고서를 다시 열어보았다.
- A사 발주 감소 가능성 60%
- 베트남 내륙수출 품목 추가 조사 가능성 중간
- 중국 협력사 납기 위험 증가
- 환율 변동폭 확대 위험
회의에서 20분 동안 강조했고,
모든 본부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조치하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오늘 오전 10시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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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 “팀장님, 왜 이제 말하셨어요?”
영업본부:
“A사 발주 줄어든다는데 왜 이제 공유하세요?”
그 내용은 지난주 보고서 첫 페이지였다.
회의에서도 두 번 언급했다.
“… 지난주에 이미 공유했습니다.”
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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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 – 베트남
“팀장님, 세무서에서 또 자료 요청입니다.
사전에 대비해야 했던 거 아닌가요?”
“지난주에 대비 요청 드렸습니다. 메일 다시 보내드렸습니다.”
“…아, 그 메일요? 아직 검토를…”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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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 예견된 문제의 현실화
중국 협력사 납기가 또 밀렸다.
“본부장님이 미리 대응하라고 했다는데요?”
“… 제가 먼저 보고 드렸습니다.”
회의에서는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고,
오늘이 되어서야 모두가 말했다.
“왜 이제 말했냐고.”
나는 속으로 말했다.
이미 여러 번 말했는데,
아무도 듣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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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 사장의 말
“팀장, 리스크는 한 번 보고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계속 압박해서라도 움직이게 해야지.”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속으로 되뇌었다.
이미 충분히 압박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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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 일기
“모두가 ‘알겠다’고 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던 날이었다.”
“기획팀장이 맞았다는 건,
결국 문제가 터졌다는 뜻이다.”
마지막 문장.
“말해도 욕먹고,
말하지 않아도 욕먹는 자리—그게 전략기획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