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팀장 일기 시즌 2 - 26편
오전 10시.
전략회의가 끝났다. 오늘은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 임원들도 적극적이었다.
사장: “좋아. 이 방향으로 가자.”
영업본부장: “괜찮습니다. 실행 가능할 것 같습니다.”
생산본부장: “문제없습니다. 일정만 잘 관리하면 됩니다.”
회의에서 이렇게 ‘문제없다’는 말이 연달아 나오는 날은 드물었다.
---
회의실 문이 닫히는 순간
회의를 나서자 복도 끝에서 영업 과장들이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야, 저거 진짜 할 수 있겠어?”
“솔직히… 난 불가능하다고 본다.”
“근데 회의에서 어떻게 말해?”
잠시 후, 생산 사원들의 목소리.
“진짜 일정 저렇게 잡힌다고?”
“본부장님은 또 왜 된다고 하셨대…”
“우리 죽으라는 거지.”
회의실에서 ‘된다’고 했던 사람들의 팀원들은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었다.
---
실무파트장과의 대화
점심 직후, 생산 파트장이 말했다.
“팀장님… 오늘 회의 방향, 솔직히 너무 빠릅니다.
본부장님은 ‘문제없다’고 하셨지만 현장은 전혀 아닙니다.”
“회의 때 직접 말씀드리긴 어려웠나요?”
그는 씁쓸하게 말했다.
“직원들이 싫어하는 말 있잖아요. ‘이미 결정 나 있는 분위기’.”
---
임원들의 시선
오후 3시, CFO가 말했다.
“팀장, 오늘 회의 좋았어. 다들 이견 없이 깔끔했더라.”
“현장 쪽은 조금 우려가 있습니다.”
CFO는 고개를 갸웃했다.
“회의 때 아무도 그런 말 안 하던데?”
그게 문제였다.
회의에서는 ‘문제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
현실과 회의실의 괴리
저녁 6시, 영업 실무자와 대화.
“팀장님… 저희 진짜 힘들어질 수도 있어요.
근데 본부장님은 ‘가능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왜?”
“회의에서 반대하면 대안이 필요하잖아요.
근데 ‘될 것 같다’고 하면… 일단은 숨을 돌릴 수 있으니까요.”
그 말이 오늘 하루를 모두 설명했다.
---
밤 11시, 일기
“회의실에서는 모두 ‘된다’고 했지만
복도에서는 모두 ‘안 된다’고 했다.”
마지막 문장.
“전략기획팀장은 회의실의 말과 복도의 말을 모두 들을 수 있는 자리다. 그래서 더 고독하고, 그래서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