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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Sep 16. 2019

짧은 인생, 크로아티아

“오빠. 꼭 같이 가자. 크로아티아.”


언젠가 네가 말했잖아. 크로아티아에 가고 싶다고.


어쩌다 크로아티아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어. 아마 여행 가고 싶다고 서로 한숨 쉬고 있었겠지? 우리 자주 그랬잖아. 나는 대답했어.


“어. 그러자.”


솔직히 별생각 없었어. 여행이라는 게 꿈같은 거잖아. 티켓팅 전까지, 또 비행기 뜨고 나서도 어떻게 될지 몰라. 하지만 기대에 찬 네 눈동자를 본 내 뇌가 신호를 보냈지.


‘성심성의껏 대답하라!’


난 본능적으로 크로아티아를 검색했어. 맛있는 음식은 무엇이고, 유명한 도시는 어디인지. 그리고 두브로브니크 사진을 네게 보여줬어.


“헐! 대박!”


넌 내 폰을 빼앗더니 액정만 쳐다보더라. 차 오는 줄도 모르고. 사고 날 뻔했잖아. 빨간불이었어. 그렇게 너는 정신없이 사진을 넘겼지.


“보고 넘기긴 하는 거야? 그렇게 좋아?”


넌 정말 기뻐했어. 이미 그곳에 있는 것처럼.


“응. 너무 좋아.”


방금 레스토랑은 벌써 잊은듯했어. 맛도 없고 서비스도 최악이라며 투덜거렸잖아.


“티켓 알아봐야지.”


우리가 왜 크로아티아로 대화했는지 떠올랐어. 네가 맛집이라고 일부러 찾아온 레스토랑이 별로였잖아. 그게 마음 걸렸는지 넌 걷는 내내 미안하다고 했어. 크로아티아는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주제였던 거야.


“크로아티아는 짧게 가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신혼여행으로 길게 간대.”


조심 좀 해. 또 빨간불이잖아.


“그럼 우리 꼭 같이 가는 거다! 상상만 해도 너무 좋아!”


네 말이 맞았어. 크로아티아 정말 예뻐. 네가 품었던 그 한없는 기대감 모두 채우고도 남을 만큼 아름다워. 걷는 것만으로도 편안하고 안락해. 나를 감싸 안는 골목의 따뜻함이 느껴져. 네가 내게 주던 온도가 기억나. 그러니 너도 꼭 크로아티아에 가길 바라.(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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