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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Sep 19. 2019

당신을 사모하는 일

사모하는 일의 모양은 직선이 아니라, 동그라미다.

사모하는 일의 모양은 직선이 아니라, 동그라미다. 그 동그라미는 연꽃으로, 달로, 호수로, 모래알로, 물항아리로, 부드러운 얼굴로 그려진다. 그리고 사모하는 일의 끝이 없음을 문장으로 노래하며, 끝의 길을 걸어간다. 


길의 시작 역시 당신을 사모하는 순간,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그 순간, 나는 끝나고 당신만 남았음의 선언이다. 시인의 노래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문태준의 시는 세상의 모든 일상을 담았다. 하루의 낮과 하루의 밤, 충분한 하늘과 관대한 봄, 누군가의 뒷모습, 능소화의 웃음, 여름날의 바닷가와 춤추는 파도, 그리고 외할머니의 시 외는 소리. 모든 일상이 사모하는 일이다.


시인은 찍어낸 잉크보다 비워둔 종이에서 사모하는 일의 고됨과 기쁨을 찾았으리라.


시집의 마지막 시는 ‘물항아리를 조심해서 안고 집으로 돌아가네’로 끝난다. 하지만 바로 앞선 페이지에선 ‘나를 다음 생(生)에 놓아줘’라고 적는다. 당신을 사모하는 일에는 끝이 없다. (1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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