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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Oct 04. 2019

과감하게 실망시키기

천명관의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는 실망스러운 소설이다.

천명관의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는 실망스러운 소설이다. 누구의 말대로 흔한 ‘알탕’ 서사에다가, ‘고래’와는 반대 지점으로 향하는 소설이었다. 평가는 정확했다.


그래도 나는 달리 보고 싶다. 천명관은 지금까지 꾸준하게 지녀온, 혹은 내치지 못한 가족이라는 테마를 버렸다. 그리고 세상의 유사 가족을 소설 속에 버무려냈다. 그게 중요하다고 본다. 본인도 알았을 것이다. 실패가 보이는 변화였다. 그건 얼마나 힘든가.


작가는 소설 속에서 우리 안의 희망에 대한 갈망을 무참히 더럽힌다. 세상은 다 쓰레기라고 말한다. 그게 우리의 삶이고, 세상의 모습이다. 뉴스의 이유는 타인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나를 관찰하는 용도다. 이 소설 또한 거울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다.


그에게 고래는 축복이자 저주다. ‘고래’는 하나의 소설로만 보기엔 너무 크고 아름다웠다. 향후 천명관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글에는 ‘고래’라는 단어가 나올 것이다. 독자 입장에서 천명관의 책을 들기 전에는 항상 실망을 안을 수밖에 없다. ‘네가 아무리 잘 써봐야 고래보다는 못하다’고. 하지만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를 읽고, 곧 ‘고래' 보다 더 대단한 소설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남의 기대가 부담스러울 땐 과감히 실망시키고 내 갈 길 가자’라는 트윗이 떠오른다. (16.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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