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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Sep 26. 2019

치명적인 문장들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는 익숙한 문장들로 가득 찼다.

어디서 본 것만 같았다. 찬찬히 바라볼 때 박완서 같았다. 읊조릴 땐 은희경 같기도 했고, 내뱉을 땐 박민규도 읽혔다. 어쩌다 공선옥인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모두 데자뷔일 뿐이었다. 처음 보는 광경임에도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여기는 뻔뻔함이고, 생경함을 받아들이길 거부하는 무조건 반사였다. 외면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관심한 문장들 틈마다 새겨진 말없음이 정겹다. 그래서 나로선 어찌할 수 없을 만큼 익숙하고도 치명적인 문장들이다.(17.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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