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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Oct 03. 2019

행복을 찾아서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는 도박을 권유하는 소설이다.

한국이 좋든 싫든 우리 ‘계나’는 의지의 한국인이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가족의 부탁을 거절했다. 진짜 이건 대단한 행동이다. ‘계나’가 아니라 ‘계진’ 혹은 ‘계현’ 따위의 남자 자식이었다고 가정해보면, 미래의 더 넓은 아파트와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2000만 원 내놓지 않을 수 있었을까. 정말 자신을 희생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뭐, 이것도 한국이니까 그렇다는 거다. 아. 실수다. 한국의 부모는 남자 자식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실수다.


아무튼 계나의 그런 선언 후에도 가족의 구성원으로부터 원망받지 않는다. 한 명이 희생해서 다수가 행복한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라고 자신 있게 외치는 이 한국에서 말이다. 신기한 가족이로다. 사실 이 부분에서부터 이미 한국이라는 자격증을 상실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덧붙이면 계나는 처음부터 꽤 매력적인 여자다. 세어보자. 이 소설에서 도대체 몇 명에게 대시 혹은 프러포즈를 받고 있는지. 심지어 그들은 부자에, 성격 좋고, 책임감 강하며, 멋지다는 놈들이다. 사람 운은 좋다. 심지어 그녀는 공부도 잘하는 편이고, 돈에 대한 감각도 있다. 이미 능력자다.


마침 ‘함부로 징징대지 말라'는 참으로 감사하고도 감복할만한 신문 사설을 읽고 나서 이 소설을 읽으니, 진짜로 호주가 가고 싶어 졌다. 처음엔 <한국이 싫어서> 뭐 어쩌자는 것인지, 이 책을 읽고 누가 호주를 가겠느냐는, 너도 안 가보고 그런 소리를 하냐는, 실컷 다 말하고선 끝에 가선 무슨 행복의 대차대조표니 어쩌고 하고 있네, 차라지 제목을 바꾸든지 등등 불만이 한가득이었는데, 싹 다 사라졌다. 그만큼 당최 누군지도 모를 아버지인 척하는 인간의 질타와 충고는 무시무시했으니, 우선 나부터 호주에 가야겠다. 무엇부터 해야 되는지 따져본다. 영어? 돈? 시간? 응?(1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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