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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Feb 25. 2020

시간이 지나야만 풀리는 것들

김종대의 『 시크릿파일; 위기의 장군들 』

김종대의 『 시크릿파일; 위기의 장군들 』 은 흥미를 넘어(?) 군대 얘기다.


내가 군대 근무한 부대의 대대장은 대령 포기한 중령, 바로 대포 중령이었다. 3사 출신이었던 그는 자신의 직속상관인 연대장보다 두깃수 선배였다. 항간에는 전국 중령 짬밥 3위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래서 연대장은 우리 대대장에게 ‘선배님’이라고, 대대장은 ‘연대장님’이라고 호칭했다. 가끔씩 대대장의 말에서 ‘님’ 자가 잘 안 들리기도 했지만. 암튼 우리야 좋았다. 검열이든, 훈련이든 흠이 조금 잡혀도 특별한 게 아니면 그냥 넘어가곤 했다. 연대 내에서 최고 짬밥 대대장인데 누가 건들겠는가.


알고 보면 그도 국방부 인사정책의 피해자였다. 자기 대신 내가 일 잘해주니 나를 아끼던 군수장교와 함께 술을 마시며 그가 들려준 전설처럼 내려온 레전드는 이렇다. 때는 2004년, 우리 대대장은 중령 끝자락에서 서서 진급의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작전병과 출신으로 여러 수색대대, 작전참모 등 먼 길 돌고 돌아 50사단까지 왔다. 50사단의 위수지역은 대구경북, 50 사단장이 되면 다음은 수방사령관, 그다음은 육군 참모총장이라는 테크트리를 탄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끗발 좋은 지역이다. 마침 새로운 장관이 임명되니 더불어 인사명령이 날 것이다. 타이밍, 경력, 끗발 등등 진급에 있어서 모든 것이 완벽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맙소사. 국방부 장관이 육군이 아닌 해군 제독 출신이 임명된 것이다. 그는 창군 이래 최초로 육군 아닌 장관이었다. 우리 대대장은 진급하지 못했다. 하긴 그를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게 의문이지만, 아무튼 그 집단에선 피해자였다. 책을 읽다 보니 그 피해자가, 아니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군인들이 우리 대대장만 아니겠다 싶었다.


야사처럼 읽히는 『 시크릿 파일; 위기의 장군들 』 은 꽤나 재미있었다. 당시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사건들의 내막을 알아가며 페이지 넘기는 맛이 쏠쏠했다. ‘재미’라고 표현함이 슬플 정도로 우리나라 군대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다.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있던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나만 기억해 본다. 내가 병장 때 사용한 침낭은 1970년에 생산된 것이었다. 그것도 A급이라고 두툼해서 짬이 차고 나서야 쓸 수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침낭, 왜 아직도 폐기되지 않고 남아있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아직도 따뜻하다면서 쓸 수 있겠네 스스로 이해되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군의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은 이것뿐이다. 시간이 흐르길 바라는 것. 회의적이나,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이슬람의 문제가 종교의 문제가 아니듯 말이다. 점점 시간이 지나 그나마라도 정신 잡힌 군인들이 더 많아지길 바라야 한다. 이장수, 김관진의 전작권에 대한 태세 전환을 보라. ‘나는 해결할 수 있다’면서 호언했던 절대권력들은 다 실패했다. 절대로 한 번에 끊을 수 없다. 하나회처럼 하면 된다고? 과연 하나회가 척결되었는지도 의문이다. 아직도 전직 장성 모임인 성우회에서 득실하고 있으며, 하나회의 마지막 기수인 37기 박지만 친구들 누구누구도 대약진 중이며, 하나회의 변종인 만나회니, 뭐니도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알자회’라는 신흥 사조직도 생겨났다고 한다. 현재 기무사령관이 거기 출신이란다. 이건 뭐, 미국이 이라크에서 후세인 몰아내니 IS 생겨난 꼴.(1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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