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kdaegeon Dec 26. 2019

시간은 의미를 잃고 정지했다

데데의 가슴은 금빛이 감도는 가슴이야. 매끄럽고 둥글고 탄력이 있어. 그걸 못 느끼면 삶도 인생도 이해 못해. (르누아르)


“저기 불도 끄고 오면 안돼?”


너는 어둔 조명에도 부끄러워, 바스라한 이불로 작은 몸을 감싸쥔다. 나는 너의 숨에서, 배에서 떨어져, 일어나 벽으로 향한다. 내 가운을 집어주는 손길이 뒤에 있다. 무시한다. 투정 부린다.


“춥지 않아?”

“괜찮아.”

“이리와.”


어두운 곳으로 너를 더듬거리며 더 깊은 곳으로 기어간다. 아주 천천히. 한 번, 두 번, 세 번 거쳐 올라가 마지막 가슴, 이 작고 봉긋한 가슴을 나는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너와 함께 있는 지금, 나는 장님을 꿈꾸지. 그들은 시각의 분명함보다 촉감의 애매함을 잘 알거야. 흑백으로만 느껴지는 몸의 지도를 그리며, 고도를 따라 오르는 내 지문의 끝은 이미 정신을 잃었다. 거스르는 손톱을 뒤로 물리고 나타난 수 만의 날서고 연약한 촉감들이 너를 나로 적신다. 축축하고 보드럽다.


“안아줘.”

“응.”


살며시 떨어지는 미끈한 골짜기를 지나 굴곡진 입술로 입술을 옮긴다. 너의 작은 어깨는 가볍게 떨다가, 나를 끌어당긴다.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포개졌다. 심장은 서로 닿았고, 아마 너는 웃고 있겠지.


“난 지금이 참 좋아. 넌 정말 몸이 따뜻해.”


어제도 했던 말. 나는 안다. 너는 지금 행복하다.


“춤출래?”

“지금?”

“응”

“싫어.”

“그래.”


너는 곧 잠을 든다. 잠든 소리가 스친다. 시간은 의미를 잃고 정지했다. (18.07.12 편집)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여성이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