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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Dec 17. 2019

사람이 문제다

금정연,「 아무튼, 택시 」

택시를 타고 성동교를 지나고 있었다. 제기시장부터 밀린 도로는 도선사거리를 거쳐, 왕십리에 지난 한양대 앞에 이르기까지 힘들게, 앞으로 나아갔다. 성동교는 러시아워를 빠져나오는 마지막 코스였다.


이미 약속 시간은 늦었다.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그래도 별 수 없었다. 다들 빨리 가고 싶으니까. 급한 건 나만의 사정이 아니다. 그런 와중에 택시기사가 말했다.


“전쟁이라도 나야해.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러니까 차가 이렇게 많잖아.”


타노스의 현신인가? 그말을 듣고 반박조차 하기 싫었다. 싸울 게 뻔했다.


‘아메바신가요? 아저씨가 사랑하는 가족이 죽는다고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그 이후로 택시기사와는 되도록이면 말 섞지 않는다. 안다. 모든 택시기사가 그렇지 않다는 걸. 하지만 택시라는 정겹고 필요한 교통수단에게 ‘택시기사’라는 사람의 존재는 분명 마이너스다. 금정연이 적은 「 아무튼, 택시 」에서도 이는 여실히 증명된다.


읽기 전에는 ‘어떻게 택시를 사랑할 수 있지?’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러나 내가 착각한 것이었다. 택시를 사랑한다는 말은 택시기사를 좋아한다는 뜻이 아닐 게다.


글쟁이스러운 글이다. 짧게, 쉽게, 즐겁게 읽었다. 책을 선물해준 es에게 감사한다.(2018.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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