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kdaegeon Dec 20. 2019

살 이유가 없는 곳

김탁환의 『 거짓말이다 』 는 가라앉지 않는 멍 같은 소설이다.

누를 때마다 아프고 저리다. 중간부터 집에서 읽은 게 다행이었다. 마지막으로 향하자 눈물이 몇 번이나 눈을 가렸다. 답답했다. 아니, 갑갑했다. 4월 16일에 대해선 어찌할 방법을 찾아 설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억울함의 수준이나 오해의 차원이 아니다.


언젠가 세월호에 대해 ‘그 정도면 된 거 아니냐’는 이와의 토론이 기억난다. 그 사람은 ‘청문회도 열고 구속도 하고 좋다, 그러나 우리 발전적으로 생각하자’, ‘사건은 발생했고 문제는 드러났고 차근차근 해결해나가자’, ‘좀 더 건설적인 토의를 하자’고 말했다. 나는 ‘아니다, 지금 상태론 시작도 할 수 없다’, ‘청문회는 끝났고 법은 너덜거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쪽은 ‘네 말도 일리가 있다’며 우리의 토론은 시각의 차이라고 같이 논의해보자고 답했다. 나는 수긍했다. 하지만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 “그건 시각의 차이가 아니라 ‘틀린’ 겁니다”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내야 한다는, 속도 없는 기대를 한다. 그래서 강하지 못한 나의 속마음은, 이 나라에서 떠나고 싶다.(17.01.01)

매거진의 이전글 동치미 막국수와 인문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