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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Dec 13. 2019

사랑했던 시간도 후회되는 사랑

김두식, 김대식의 『 공부논쟁 』

김두식, 김대식의 『 공부논쟁 』 은 이해할 수 없는 ‘형’을 따지고 싶은 ‘동생’의 인터뷰에 가까웠다.


논쟁이라는 제목을 붙였어도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는바 인터뷰집이 맞다. 인터뷰라는 것이 대부분 지금은 변해 버렸을지 모르는 생각, 그러니까 과거에 머무른 생각을 지금 읽어내기라고 봐야 한다. 그렇기에 독자는 이를 통해 당시 누군가의 생각을 통해 지금의 상황 판단의 해법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자기 생각과 비교하여 사고의 지평을 넓히기도 한다. 반대로 따지고 욕하기도 한다.


그들이 “제가 볼 때 박근혜는 20대를 불쌍하게 보낸 약자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놀람을 넘어서 언어 약속의 붕괴를 느꼈다. 지금까지 나는 ‘약자’의 정의를 잘못 알고 있던 것일까? 약자의 문제, 핵심은 ‘포기’,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강요받음으로써 포기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도대체 박근혜는 뭘 포기했는가?


이 시대의 대표적인 약자는 2030의 청년들이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삶을 포기했다. 7포 세대다. 여유가 없어 연애를 못 해 결혼을 포기하고 돈이 없어 출산도 할 수 없으며 인간관계도 무너지고 집을 사는 것은 언감생심, 오늘을 살아가는 데 급급해 미래의 희망은 사라지고 꿈은 이미 잊힌 지 오래다. 가난이 사악한 것은, 꿈 자체를 지우기 때문이다. 자신의 꿈뿐 아니라 미래의 자신들 가족의 꿈까지 지워버린다(강유정)


여기에 이르자 감이 왔다. ‘약자’에 대한 이유와 결과에 대한 접근이 전혀 다른 것이다. 박근혜와 김대식(형)에게 있어 ‘꿈’의 문제는, ‘포기’의 문제는 가난과는 무관한 철학적 사건인 셈이다. 그래서 김대식(형)은 박근혜를 감히 약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자신이 가졌던 사상의 자유와 학문의 성취를 박근혜는 가지지 못했으니까. 박근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자신의 진짜 꿈을 포기했다고 여기고 있으니까. 아, 이런 박애주의자.


박근혜가 생존을 위해 삶을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근혜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사명감을 가지고 스스로 분명하게 선택했다. 그는 기꺼이 선택했다. 박근혜는 절대 약자가 아니다. 그래서 청와대에 앉아 있는 것이다. 심지어 지금은 아버지의 꿈을 위해 자면서도 벌떡벌떡 일어나고, 책상 세네 개쯤 부숴버리고 있잖은가.


나에겐,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책과 연애에 빠지는 것이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이보다 더 적합한 비유는 찾을 수 없다. 수많은 책 중에서 하필 그 책을 선택했다는 점, 직접 손으로 만진다는 점,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점, 길을 걷다 생각하고 잠들기 전에 떠올린다는 점, 몇몇 책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우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점들이 그렇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되면 지나온 책의 내용을 떠올린다. 궁금하면 다시 읽기도 하고 고민하면서 점점 더 빠져들기도 한다. 반대로 더 이상 궁금해지지 않기도 한다. 알고자 하는 호기심은 사라지고 질문은 생기지 않는다. 이내 눈길은 다른 곳으로 흐르고 손길 닿지 않을 곳에 놓일 것이다. 사랑이 끝나 기억 어딘가에 머물 듯 책도 그렇게 된다. 독서의 행동과 사고는, 연애와 거의 비슷하다.


‘공부논쟁’은 만남으로 치자면 소개팅으로 시작한 연애였다. 처음부터 불안했지만 역시 좋지 않았다. 자주, 계속 싸웠다. 상대방의 단점만 보였다. 받아들일 수 없음으로 가득 차 있다. 1) 박근혜는 약자인가. 2) 평가의 자격화 ‘그래서 나는 말해도 된다?!’, 3) ‘내로남불’식 비난 섞인 비판, 4) 독립적 사고는 아집이 아니다 5) 새누리는 싫은데, 박근혜는 좋다고? 6) 대화하되 듣지 않는 자, 듣되 이해하지 않는 자 7) 교육에 대기업을 도입하자고? 내 기분이 그래. 어이가 없다 8) 목숨 좀 그만 걸어. 너는 살겠지만 다른 사람은 죽어. 9) 또 다른 과거제, 학력고사 10) 정책과 정치는 다르지 않나?! 11) 사회문제와 개인문제의 동일화와 무분별한 일반화


많이도 따지고 욕하고 싶었지만 여기서는 1)만 적고 말았다.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공부논쟁’을 읽은 것을 후회한다. 이 책과 관련되어 잘한 것이라곤 구입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그렇다고 떠난 시간이 돌아오진 않겠지만. (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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