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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Dec 13. 2019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넷플릭스, 셜록

넷플릭스 라이프의 첫 콘텐츠로 셜록을 정주행했다.


주인공 이름을 대놓고 드라마 타이틀에 갖다 붙였을 때, 주인공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아무리 재밌어도 실패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처음에 셜록을 보게 되면 그 기억의 비범함에 놀라게 된다. 기억의 궁전이었던가. 뻔히 잘 짜인 각본이라고 해도 시청자에게 캐릭터에게 빠져들고, 그 능력을 부럽게 만든다는 건 어렵다. 그런데 셜록은 그걸 해냈다. 우린 드라마는 드라마요, 현실은 현실이라는 걸 뻔히 알지 않나.


하지만 나는 관찰 능력에 꽂혔다. 니체가 말했다. “우리는 매혹하는 법을 잊으면서 증오하는 법을 배운다.” 관찰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관찰하는 법을 잊으면서 무시하는 법을 배운다. 무시는 방관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 관찰의 대상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다르지 않다. 셜록이 드라마 내내 사람들과 어울리며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관찰을 잘하기 때문이라 본다.


하루키의 어느 인터뷰 답변이 떠오른다.


A: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근사한 일이다,라는 이야기를 할 겁니다. 요샌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사람을 미워하는 건 꽤 간단해졌지만).ㅡ그런 상대를 찾을 수 있었으면.(무라카미 하루키)


누군가를 좋아가는 일이 어려워졌다. 그건 관찰이 힘들어진 탓이다. 더이상 호기심이 생기지 않아서다. 물론 관찰과 참견 혹은 집착은 다르다. 만약 자신의 관찰에 대해 누군가 참견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이 세심한 관찰을 하지 못했거나, 좀 안다고 무턱대고 우쭐댄 거다.(18.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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