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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Jan 21. 2020

가격의 종말

제러미 리프킨의 『 한계비용 제로 사회 』

제러미 리프킨의 『 한계비용 제로 사회 』 는 본질에 집중을 요구하는 책이다.


생산성이 극한에 달하면서 경제가 한계비용 제로 수준에 빠르게 가까워지고, 종국에는 협력적 공유사회가 등장한다는 게 책의 핵심이다. 소유로는 더이상 이윤을 추구할 수 없는 한계비용 제로이고, 결국 공유로 나아가야 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물건을 공유할 수 있을지 실제적 고민을 해본다. 이걸 알아야 내가 실질적 필요에 의해 무엇을 공유받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먼저 감가상각의 측면에서 반영구적인 물품의 공유 여부가 중요하다. 대표적인 물품에는 책, 운동기구, 자전거 정도가 생각난다. 책은 공유가 가능하지만 효율성의 문제가 발생한다. 굳이 나한테 빌릴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도서관에도 있고, 빌려서까지 읽을만한 책이라면 직접 소유하는 게 독서가 입장에선 더 좋다. 구할 수 없는 책을 내가 가지고 있는데 공유한다고 해도 그것은 공유가 아니라 대여의 개념이라서 둘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운동기구도 마찬가지다. 특히 운동기구는 지속성이 보장되어야 운동의 효과를 본다는 측면에서 같이 살지 않는 이상, 내가 더이상 그 기구를 쓰지 않는 이상 공유는 어렵다. 자전거도 그렇다. 그리고 자전거는 이미 친구에게 빌려줬다. 지금 상태를 공유라고 말할 수 없다.


어쩌면 니것내것의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가 아니라면 한계비용 개념 논의는 필요성이 없을 것이다. 사회주의 혹은 상상의 공산주의에서는 가격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계비용의 제로가 정말 가격의 종말로 나아가는가는 두고 봐야할 게다.


다만, 문자메시지 하나에 50원일 때의 사랑을 기억한다. 아무리 짧은 메시지에도 이 몇 글자에 50원이라는 우표값을 지불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가득 채워도 채우지 못하는 마음을 걱정했을 뿐이다. 물론 지금 카톡처럼 메시지가 무료가 되었다고 해서 그때의 사랑과 지금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의 실행은 한계비용 제로 효과가 없다. 비용이 본질을 해하지 않는다면 한계비용 사회는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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