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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Jan 02. 2020

고전의 모습은 현실이다

에밀 졸라, 『 나는 고발한다 』

에밀 졸라의 『 나는 고발한다 』 를 읽으며 몇 가지의 생각들이 스친다.


감사하게도 내 ‘안녕’을 물어주던 대학생의 대자보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이, 그 사건 피해자와 변호인이 결혼했다는 소식도, 그리고 국정원이, 너무 고고하게 살았노라 반성하는 김영하가, 같은 것을 다르다고 할 수 없다던 신형철이, 갑자기 라면을 먹으라는 김훈이, 공수부대 출신임을 자랑하던 택시기사 아저씨가, 윤일병 죽인 그 개새기가 교도소에서도 그러고 있다는 뉴스와, 몇십 년째아직도 조사 중이며 책임을 묻는다는 힐스보로 참사보고서가 동시다발적으로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시인의 상념이었던 ‘4월은 잔인한 달’, 이젠 실체적 진실이 되어버린 그 4월이 떠올랐다. 아마 영원히, 떠오르고 있을 것이다.


고전이 위대하다면 언제 어디서든 정당성을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이고, 고전이 무용(無用)하다면 아무도 읽지 않는다는 것이며, 그럼에도 고전이 필요하다면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나는 메모가 있었다. 최근 국정교과서 사태와 <나는 고발한다>를 이토록 절묘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싶다. 419혁명 25주년의 ‘조선일보’ 특집 기사의 마지막이다.


“우리 민족의 현대사는 분명한 역사적 사실과 관계없이 항용 특정 계파의 일방적 자기미화의 논리로 잘못 기술되곤 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친일 및 부일 세력과 항일투쟁세력을 역사적 가치에 따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 채 일제하의 친일이 해방 후의 지배세력으로, 그리고 반민족적 반민주적 세력이 민족세력으로 둔갑하는 오류를 반복한 데서 비롯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책에는 “말하지 말 것!”, “그날그날 살아가는 데 익숙한 정치는 예컨대 육 개월의 침묵을 영원한 침묵으로 간주합니다.”, “그만하면 됐어, 이제 그만 끝내자.” 과 같은 문장들이 적혔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문장들이다.(1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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