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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Jan 02. 2020

나는, 이렇게 글 쓸 수 있을까

이상헌, 『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 』

이상헌의 『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 한다 』를 읽고, 영화 <임아, 그 강 건너지 마오>의 특집기사 제목 ‘우린, 이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를 변주하며 쓴다.


글을 읽다 보면 문장들에게 어떤 느낌이 있다고 여긴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김훈의 문장을 읽을 땐 굵은 줄기와 줄기에서 뻗어나는 힘줄이 만져지고, 신형철의 글을 읽을 때는 똑같은 문장이라도 세네 번 쯤은 읽어줘야 이해하겠다 싶은 신중한 책임감을 부여받는다. 대개 그런 작가들은 내가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느낌들로 어떤 경외감이 깔려 있다. 그리고 이런 글들도 있다. 노력하는 글, 고민하는 글, 수차례 고쳐낸 글, 그런 글이 있다. 이상헌의 글은 그러했다. ‘경제’와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섣불리 재단하고 판단하고 덮어버린 나는, 글 너머 저자의 고민을 읽지 못했다.


매일의 답답하고 불가해한 현실, 그래도 해결책을 찾고자 했던 욕심일 것이다. 내 욕심이자 페이지를 넘기던 독자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저자에게서 불만 많은 좌파와 허무맹랑한 이상주의자, 맥 없는 현학자로만 보았다. 나 역시도 잠시나마 그러했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진심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순간 나는 흔들렸고, 읽어내어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알았다. 적어도 이 사람은, 아프리카 기아대책에 대한 고민으로 술 마시는 사람이며, 사고라 불린 슬픈 사건을 차마 잊지 못해 남들보다 더 슬퍼하는,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는 착한 사람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사람이다.


황달색의 월급봉투의 사연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슬펐다. 나는 그 정도의 슬픔을 아직 느껴보지 못했다. 5개의 강을 건너며 저 무너지는 그리스를 봐야하는 ‘어쩔 수 없음’을 공감했다. 저자가 품었던 마종기의 시들은 내 마음에도 담겨 있으며, 그를 밀고 당겼던 황현산의 문장들은 내 마음도 움직인 바 있다.


프랑스 작가 장 콕토가 말하길 “글쓰기는 사랑으로 하는 행위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글자에 지나지 않는다.”라 했으니, 이제 내게 저자 이상헌의 글은 글자의 조합을 넘어선, 사랑의 문장이다. 책을 소개해준 소영씨에게 감사한다. (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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