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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Jan 21. 2020

나는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콘서트 오페라

날짜를 잘못 본 탓에 급히 걸음 했던 공연이다. 동행도 같이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피곤했다. 취소하려 했지만 당일에는 취소 교환도 안 된다니 별수 없었다. 겨우 일을 마치고 월드타워로 향했다. 첫 무대는 오르간 공연으로 만나고 싶었는데, 인생이란 제멋대로다.


롯데콘서트홀은 일본의 산토리홀 설계한 사람이 참여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무대 외관은 기대 이하였다. 바닥은 가벼웠고, 외벽은 미지근했으며, 천장은 투박했다. 타워 세우면서 욕먹고 돈 쓰는 거 이왕이면 기깔나게 쓰길 바랐다. 그래도 음향은 좋다니 기대했다.


수줍게 르네 야콥스가 등장했고, 곧바로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 연주되었다. 하. 이게 병이다. 왜 눈물은 나는가. 저 날 것의 선율은 왜 이토록 치명적이고, 또 아름다운가. 장조의 멜로디인데 어째서 마음을 흔들리는가. 결국 모차르트만 원망할 수밖에 없다.


정신을 놓고 한참 보고 들었다. 그러다 익숙한 곡을 만났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가 처음 궁중에 와서 친 곡, 살리에르의 곡을 편곡한 곡, 그 멜로디였다.  딴 따단, 딴 따단, 딴 딴 딴 / 딴 따단, 딴 따단, 딴 딴 딴 / 따안 따단 딴 따단 딴 따다안. 여기에도 쓰였구나 싶자, 하프시코드 치는 연주자가 모차르트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최고는 소프라노 분들이었다. 글을 쓰는 지금 순간에도, 그 목소리를 떠올리니 눈물이 난다. 눈은 감아도 귀는 막을 수 없었다. 밀려드는 감동에 얼굴을 감싸야만 했다. 그들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날카롭고 감싸되 안기며 치워내듯 만졌다. 어떻게 인간이 저런 음악을 낼 수 있을까. 난 미친 짓을 할 뻔했다. 이 세상 끝 음악을 버리려 했다니.


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밀회에서와 같다니. 믿기지 않았다. 설령 그런 짓을 한다 해도 용서하고 싶었다. 당신이 만드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피가로의 결혼을 검색하면 영화 쇼생크탈출도 관련어로 뜬다. 듀클레인을 독방으로 보낸 그 노래,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도 흘렀다. 이제야 알겠다. 왜 듀클레인이 맞을 짓을 했는지, 그가 다시 만나고 싶었던 기분이 무엇이었는지, 굳이 알려주고 싶었던 행복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겠다. 나는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


새삼스럽게 기승전돈이다. 기필코 돈을 더 벌어서 아무 거리낌 없이 R석을 구매하겠다. 저 살아있는 음악을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또 온 신경으로 만끽할 수 있는 자리로 가고 싶다.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감동, 서투르게 적어 남긴다. (18.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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