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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Dec 19. 2019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

홍성수, 『 말이 칼이 될 때 』

홍성수의 『 말이 칼이 될 때 』는 혐오와 차별 표현을 다루는 책이다.


여기서 굳이 ’about’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deal with’를 사용한 까닭은 사실 교서라기보다 지침서에 가깝기 때문이다.


저자는 차별적 표현과 혐오 표현에 대해 등 많은 법과 연구, 사례 등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모습에 비춰보며 진단한다. 그과정에서 ‘어떤’ 표현이 ‘어떻게’ 틀렸는지, 누군가 다르다고 주장해도 그게 왜 틀렸는지 차분하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설득이 아니다. 강화라고 할까. 이 책을 익힌다면 혐오 관련 논쟁에 있어서 밀리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도 일베 날뛸 때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혐오 혹은 차별 표현 관련 글에 대해 지속적으로 읽었음에도 여성과의 토론에서는 섣불리 혐오 관련 의견을 꺼낼 수 없다. 실수하진 않을까 망설이는 것이다. 배우고 쓰는 말 자체가 차별적, 혐오적 언어이니까.


또 표현의 자유와 법적 개념이 포함된 토론 이슈는 대부분 왜곡된다. 지식이나 연구, 역사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신념이 최우선 주장이 되어 감정이 오르고 흥분한다. 그리고 “내 말은 그게 아니잖아”가 꼭 등장한다. 그 순간 대화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2018 경향 문학 평론에 오른 인아영의 수상소감이 인상 깊다. 배타적 긍정이랄까. 혐오와 차별을 두고도 이러한 자세가 필요하다 여긴다.


“나는 1990년에 한국에서 태어난 여자라는 조건을, 그리고 그 안에서 배태된 나의 감수성과 취향을 긍정한다. 긍정한다는 것은 그 조건들에 만족한다거나 그것들을 고정된 형태로 수용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이러한 조건들을 모르는 척하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마치 다른 조건들을 가진 인간인 양 착각하거나 참칭하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인아영, 세상이 더 나쁜 곳이 되지 않도록 붙잡아 볼 것)


설날도 가까워지는데, 부디 닥치고 사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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