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kdaegeon Dec 26. 2019

내가 죽인 문장들

김정선,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의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는 죽은 문장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이다.


비정상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자신의 이상함을 인정하는 행위는 자살 행위다.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의미로 쓰이니까 말이다. 마찬가지로 정상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한 문장은, 아무리 개성이라고 위안한다고 해도 최소한 ‘재미없다’는 낙인을 받는다. 그리고 외면되어 죽어버리고 만다. 죽은 문장은 이미 살았다가 죽었음을 뜻하니, 글쓴이의 입장에서 태어나지도 못한 99개의 문장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너도 살 수 있었을 텐데’.


책은 단순히 글쓰기 유의점이라기보다 죽은 문장을 다시 살려내라는 기도이자 주술과도 같다. 혹은 내가 쉽게 죽여버린 문장에 대한 진혼곡 같기도 하다. 윤동주는 쉽게 쓰여진 시를 자책하며 어찌할 수 없는 시대 앞의 무력감으로 슬퍼했다지만, 나는 그 부끄러움도 없이 쓰고 지운다. 다만, 윤동주가 어두운 육첩방에 앉아 시를 쓰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듯, 내 보잘것없는 리뷰와 작가에 돌아갈 작은 인세가 조금이나마 더 많은 문장을 살리는 힘이 되면 좋겠다. (17.03.05)

매거진의 이전글 타인의 불행으로 만들어진 안도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