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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Dec 17. 2019

너무 많은 색

이준익, 『 동주 』

이준익의 『 동주 』는 흑백의 묘미였다.


묘미는 시와 산문을 적었던 동주와 몽규의 어울림으로 빛났다. 시가 차마 적지 못하고 결국 읊조리고 마는 흔적이듯, 몽규는 언제나 행동했으나 끝에선 ‘그러지 못해 후회한다’며 울며 죽는다. 그는 시였다. 사람을 움직이는 글은 산문이라던 몽규의 말대로 동주는 버티고 버텨내 평생 품어왔을 종이를 찢어버리고 죽는다. 그러나 그는 슬퍼했다. 산문을 몰랐다면서. 이제야 알겠다면서.


흑백은 같이한다지만 흑은 백을 잡지 않고, 백은 흑과 분리해 버린다. 우리의 인생은 어쩌면 흑과 백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그 사이에서 방황하기에도, 신념을 지키기에도, 용기를 가지기에도 힘들다. 그래서 흑과 백만으로도 벅찬 삶일지 모른다. 이제와 너무 많은 색을 따른 것에 후회한다. (16.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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