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는다고 하더니, 코로나 19는 작은 기업부터 죽이고 있다. 지난주, 상담 중 창업지원센터 담당 교수는 '요즘 힘들다’는 토로했는데, 그 답변으로 자신의 멘티 기업 중 '월 매출 수천만 원을 찍던 케이터링 기업은 최근 매출액이 0원이 됐다'며 다 같이 힘드니 이럴 때 일수록 힘내라고 위로를 받았다.
당연히 우리가 힘들다는 건 다른 기업도 힘들 것인데, 다른 기업의 목소리를 담아 듣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비즈니스의 다른 말은 ‘상생협력'이기도 하지만, ‘각자도생’이기도 하다. 살아야만 상생이든, 협력이든 할 수 있을 게다. 그런데 정부 기관도 이런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게 아쉬운 요즘이다.
지난 6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은 초기 청년 스타트업에 1,6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에서 우영환 중진공 창업지원처장은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기업 지원 확대를 위해 융자 한도와 대출기간을 개선했다”라고 전했다. 우리만이 아니더라도 코로나 19로 인한 사업 난항이 아니더라도 자금난을 겪고 있을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멀리서 보면 희망이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절망이다. 이미 청년창업전용자금 신청자는 많았고, 심사 일정은 하반기까지 밀려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금 신청을 하더라도 심사 대기자에 오를 뿐, 실제 심사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라는 것. 담당자는 본인도 알 수 없다고 전했다. 1600억 원은 과거이기도, 현재이기도, 미래이기도 했던 것. 돈은 점점 없어지지만, 말은 여러 번 쓰인다고 닳지 않는다. 좋은 말로 홍보요, 나쁜 말로 생색이다.
무엇보다 답답한 건, ‘하반기까지 그냥 기다려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뭘 기다리라는 것일까? 의문스러웠다. 심사 중인 기업, 심사 대기 중인 기업, 융자 가능한 자금 등이 숫자로 모두 나와 있는데 말이다. 자금 지원이 도박은 아닐진대, 신청하고 그저 기다려봐야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많이 바쁠 것이다. 일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해 답답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중진공이 작은 기업들처럼 죽거나 망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우리가 낸 세금을 받았으니까.
‘어두우면 불을 켜라’는 말은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행동임을 강조한다. 심사인력이 부족하면 늘리면 되고, 심사자금이 부족하다고 판단됐다면 다른 방법을 추천해주면 된다. 자금 지원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상담을 해주거나 관련 기관을 연결해줘도 괜찮다. 그저 K-startup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라는 답변만 고수할 게 아니다.
창업도 스타트업이 하고, 자구책 마련도 스타트업이 하고, 죽는 것도, 또 살아남는 것도 스타트업이 알아서 한다면 그들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스타트업은 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자꾸 움직이는데, 중진공은 해 뜰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