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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Mar 12. 2021

모차르트 인 시네마

2021년 3월 9일, 예술의 전당

평소 성악 공연에 대한 목마름이 많았습니다. 우선 공연이 적기도 하거니와, 평일 저녁 무대 갔다가 졸면 어쩌나 무서운 것도 있구요. 그래서 항상 마음만 앞서고 음반으로 듣다 보니 뭔가 채워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차르트라니! 피가로의 결혼! 밤의 여왕 아리아! 저녁 산들바람 부드럽게! 라니! 게다가 피날레는 25번! 어쩜 그렇게 영화도 제가 애정하는 작품들로 선정된 것인지요. 어둑해지는 저녁, 가벼운 발걸음으로 예당을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모차르트는 신의 목소리를 듣고 옮겼다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두 분 목소리가 세상 찢어질 듯 말 듯하게, 때론 부드럽고 가녀리게 공연장을 채워내시네요.


​성악 무대를 감상하노라면, 뭔가 기를 받습니다. 목소리의 아우라가 감싸는 느낌을요.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오르고'를 듣고 나니 없던 복수심도 만들어집니다.ㅎㅎㅎ 또 곡에 맞게 의상까지 갈아 입고 연기해주셔서 보는 눈까지 즐거웠습니다.


​이제 피협 21번입니다. 카페에서 어느 분이었던가 피터 오브차로프를 보기 위해 예매하셨다고 본 것 같은데 정말 그랬습니다. 강하게 건반을 때리는 피터 오브차로프의 연주는 정말 인상적이더군요. 뭐랄까. 압도적인 피지컬?! 그 큰 손가락 마디 마디가 움직이는 게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호른 협주곡 실연은 처음 들었는데, 잡음이 정제된 음반에 익숙해서인지 어색하게 감상을 시작했습니다. 호른은 특히 민감해서 연주자에 반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그렇더군요. 조심스럽게 이어가는 유해리님의 소리에 대한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클라리넷 협주곡 역시 최고였습니다. 연주가 너무 좋아서 영화가 생각나 메릴 스트립은 너무 아름답고, 레드포드는 멋있고, 아프리카는 광활하며,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중에 클라리넷은 감미롭고, 그리고 저는 서울 한복판에 앉아있죠.ㅜㅜ 얼른 여행이 가고 싶네요.


​드디어 25번입니다. 다들 아마데우스 보셨나요? 비밀 하나 말씀드리면,,가끔 저는 혼자 집에서 25번을 틀어두고 살리에리처럼 "내가 모차르트를 죽였어!!!"라면서 연기하곤 합니다. 예당에서 일어날 순 없어 아쉽더라고요.ㅎㅎ


​시작은 조금 성급하지 않나 싶었지만, 워낙 곡이 곡이니만큼 그마저도 좋았습니다. 달리는 사람의 심장은 멈출 수 없으니까요. 알레그로 콘 브리오잖아요.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조금 무대마다 세팅이 달라 부산스럽고 급박한 진행에 집중이 쉽지 않았습니다. 오케스트라와 성악, 호른, 클라리넷, 피아노까지 한 무대에서 봤으니까요.


​좋은 연주를 더 많이 들려주기 위한 선택이었고 매끄럽게 해주셨지만, 욕심 많은 관객은 이렇게 투정을 부립니다. 커튼콜 나온 피터 오브차로프님이 손목 시계 제스쳐를 하시더라고요. 그때 눈치 채긴 했죠.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차르트로 가득했던 하루였습니다.

https://youtu.be/zdpVz_Sqi7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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