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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Apr 16. 2021

나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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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인 척하고 싶어, 착하게 살았다는 사람은 결국 착한 사람이라 했다. 나도 책을 잘 읽고 싶어서, 영화를 재밌게 보고 싶어서, 세상 일을 고민하고 싶어서, 사람을 더 좋아하고 싶어서, 그래서 글로 쓰며 이해하는 척하다 보니 글을 자주 쓰게 됐다.


그렇게 쓰다 보니 방법도 생기고, 요령도 생겼다. 사실 그건 노하우라기보다 탈출구에 가깝다.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고 답답할 때, 사용하는 그런 열쇠와도 같다. 


그런데 열쇠가 깨졌나 보다. 억지로 글이 적힌다. 또 그 글을 다시 읽으며 후회한다. 태어나버린 글들, 1MB 채 되지 않는 단어의 나열들. 존재 이후에 그 의미를 묻는 자는 어리석다. 나는 어리석게도 이미 적힌 글 앞에 의미를 묻는다. 


내 글의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누구를 위한 글일까? 그런 글을 왜 적었을까? 그저 내 욕심을 위해 글로 남긴 것일까? 아무것도 되지 못하고, 아무도 찾지 않은 채 남겨진 글들. 요새 이런 허무를 견디기가 어렵다. 


글에 대한 믿음은 무뎌지고 누가 읽기나 할까 싶어 답답해진다. 그렇게 힘이 빠져가겠지. 다들 작은 글만 써도 답장도 받고 그러던데, 나는 글 보여줄 친구도 없어 슬프다.


그래서 발버둥 치려고 더 쓰고 쓴다. 이 알 수 없는 허무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만약 이 허무가 글을 쓰는 내내 벗어날 수 없는 것이라 해도, 뭐라도 해보고 싶다. 아직 내 쓰는 행위와 생각을 믿을 수 있을 때, 어느 날 갑자기 모두 잊어버리기 전에 나의 글쓰기를 써두려고 한다.


또 혹시 이런 노력으로 잘 쓰게 된다면, 그래서 내 시간, 내 삶이 뭐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그 작은 희망도 담아 나의 글쓰기를 위한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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