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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Apr 30. 2021

글쓰기는 편지다

나의 글쓰기 2

글쓰기는 편지다. 인류의 보편적인 의사소통 수단인 편지는 보내는 이의 의견이나 감정을, 받는 이에게 전한다. 물론 영상 등 여러 방법이 있겠으나,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본래의 모습은 글이다. 그렇기에 글은 받는 이에게 보내는 이의 쓰인 마음이다. 걱정이 된다는 뜻의 ‘마음이 쓰여’라는 말도 ‘마음의 글이 쓰여’가 줄여진 말일 게다.


이 글 역시 나의 작은 브런치를 스쳐 지나다가, 카카오에서 글쓰기를 검색했다가, 혹은 내 이름 세 글자를 알고 있을 당신을 위해 적는 편지다. 어렴풋한 상상으로 이 글을 읽을 누군가를 떠올리며 드는 마음을 한 글자씩 채워가는 것. 이게 글쓰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편지 속 글은 내 마음을 감춰 이리저리 돌려 표현하는 답답함이 되기도 한다. 어련히 내 마음 알아주겠거니 하고 말이다. 그건 쓰는 사람의 실수다. 편지의 빈 줄들은 '사랑한다'는 한마디 말조차도 더 사랑한다고 말하기 위해 비워져 있다. 말로 하지 못할 만큼의 사랑은 평소 시를 읽지 않은 게으름일 테니까.


글도 같다. 읽게 될 사람에 대한 생각이 깊을수록 더 많이 쓰게 되고, 더 오래 쓰게 되며, 더 자주 쓰게 된다. 읽은 이를 떠올리며 그 사람이 이 글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는지, 어떤 단어가 더 마음에 들지, 너무 길어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에 지울 문장은 없는지 고민하고 찾아내는 작업은 끝이 없다. 글을 시작하면 잠들기 전까지 마음속에 남아 자꾸 수정하고 싶어 지는 이유기도 하다. 읽는 이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 그렇다.


그렇기에 나보다 읽는 이의 마음을 떠올리는 일은 잔인하면서도, 낭만적이다. 읽어주리라 기대하며 시간을 들여 적은 편지가 읽히지 않는다면 얼마나 잔인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이는 착각에 빠져 다른 편지를 쓰며 밤이 춥다고 걱정하고 왜 답장을 안 할까 혼자 고민할 테니 이 속절없는 어리석음 역시 또 얼마나 낭만적인가.


소설과 같은 이야기글도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어'라는 말이 생략된 편지일 테니, 우리의 글은 모두 편지이며, 누군가를 떠올리며 쓰인 마음이다. 그래서 읽는 이로 하여금 '널 생각하는 내 마음은 이래.’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은 편지, 좋은 글이다. 글이 어렵다면, 사람을 먼저 생각하자. 20년 전의 자신에게나, 어젯밤 꿈에 나타난 첫사랑에게나, 혹은 지금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에게나. 그게 글쓰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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