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kdaegeon Apr 22. 2021

글쓰기는 연결이다

나의 글쓰기 1

글쓰기는 연결이다. 연결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물과 사물을 서로 잇거나 현상과 현상이 관계를 맺게 함'이다. 사물과 사물, 현상과 현상을 말과 말, 즉 무엇을 설명하는 말로 적는다 해도 연결의 의미는 성립한다. 그리고 글은 그들의 관계를 표현하는 행위라고 적어도 될 것이다. 


관계라는 맺는 행위는 'Connect' 혹은 'Link'라는 영단어로 설명 가능하다. 우리는 매일 브런치에 접속해 글을 읽는다. 읽는 행위 이전에 접속 행위가 있었다. 글쓰기도 그와 같다. 뒷문장 이전에 앞 문장이 있었다.


그래서 첫 문장이 이어지는 나머지 글의 매력을 결정하기도 한다. 작가 김수현은 '드라마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어야 한다'고 적었다. 꽝꽝꽝 꽝...문을 강하게 네 번 두드리듯, 시작부터 시청자의 마음을 강하게 흔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읽는 이만이 아니라, 쓰는 이에게도 마찬가지다. 잘 쓰려면 첫 문장이 중요하다.


물론 첫 문장을 적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무엇보다 첫 문장이 글의 생명을 결정한다는 운명론에 대한 부담이 크다. 김훈처럼 '꽃이 피었다'와 '꽃은 피었다'를 고민할 정도는 아니라도, 내가 쓰는 글이 내 감정을 잘 담아줬으면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같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쓰고 싶은 글이 있음에도 첫 문장만 고민하다가 보낸 시간이 10년을 넘어간다.


그러나 첫 문장이 있다고 해서 글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글이 있어야 첫 문장도 있다. 쓰다 보면 첫 문장이 보이기도 한다. 이 글의 첫 문장 역시 '글쓰기는 연결이다'가 아니었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야기로 시작할까 싶어, 김수현과 김훈의 이야기를 서두에 꺼냈다가 뒤로 옮겼다. 연결을 말하고 싶다면 연결부터 적으면 된다. 앞부분에서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라는 가르침은 이제 잊어도 된다.


그러니까 무엇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그 무엇에 대해 끝까지 완벽하게 알 필요는 없다. 알게 된 계기, 정의, 혹은 그 내용, 아니라면 그저 느낌만으로라도 시작하면 글을 쓸 수 있다. 연결에 집중해 첫 문장을 이어내면 된다. 이어가다 보면 붙일 게 생기고, 옮길 게 생긴다. 쓰다 보면 알게 되고, 생각 정리도 된다. 그리고 주제니, 개요니 이것저것 신경 쓰며 적다 보면 자신이 왜 글을 적었는지도 잊어버릴 수 있다. 진심이 담기지 않으면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게다가 좋은 글은 어쩌다 한번 나올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