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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May 05. 2021

마스크를 쓴 합창단

지난주에는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듣기 위해 예당에 다녀왔습니다. 레퀴엠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의 죽음과 관련된 장면에 등장해 많은 이들의 귀에 익숙합니다. 영화 중 한 장면, 아픈 모차르트를 대신해 말을 악보로 옮기던 살리에리가 음악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자, 모차르트가 소리치죠.  "It goes with the harmony!"


그런 점에서 예당에서의 연주회는 조금 특별했습니다. 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악기로 하모니가 가능할까요? 이번 연주회에서는 합창단이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마스크를 쓴 합창단이라니, 상상이 되시나요?


네. 그랬습니다. 합창단의 소리가 잘 듣지 못한다는 실망을 넘어, 코로나 때문에 음악마저 갇혔다는 절망감이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찬란한 목소리는 빛을 잃었고, 공연장을 채워야 할 흥분의 분위기는 마스크에 덮인 듯했습니다. 코로나 세상에서의 레퀴엠은 그 모습마저 슬펐습니다.


처음엔 어쩌면 이 소중한 음악을 다신 듣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만 했거든요. 하지만 음악은 이토록 강한 걸까요? 울적함으로 듣기 시작한 마음은 이내 희망으로 바뀝니다. 마스크는 그저 마스크일 뿐,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나부터 이렇게 저들의 합창 소리의 힘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스크 넘어 전해지는 국립합창단의 목소리를 하나라도 더 담기 위해 노력하게 되더군요.


땅을 울리는 팀파니, 공기를 흔드는 목관 악기, 떨리는 마음을 켜는 현악기, 그리고 세상을 채우는 합창까지.. 어느 음악 평론가는 레퀴엠이 죽은 자를 위한 진혼곡이자, 남아있는 이들을 위로하고 삶을 격려하는 곡이라고 했습니다. 과연 레퀴엠은 죽은 자에게 보내는 살아있는 것들이 소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마스크 넘기 위해 온 힘을 낸 국립합창단의 생명의 목소리가요.


ps. 어제 일요일 하루는 날씨가 너무 좋아 딴짓 하느라 컴퓨터도 켜지 않았고 그래서 레터도 보내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날씨가 좋았으니까 용서해주세요. 그리고 오늘도 좋잖아요?! 그러니 오늘도 행복하세요~!




[이번주 찾아갈 연주회]

5월 7일, 오페라 아이다

5월 8일, 히로타 순지 피아노 독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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