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앱 '마보' 유정은 대표
현대인의 생활에 있어 우울증과 스트레스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한때 마음의 문제는 밥벌이를 위해 감내해야 할 수고로움이었다면, 코로나 팬데믹을 정면으로 통과하는 지금은 생활인의 삶까지도 위협하는 정신적 고통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진 이후 항불안제 처방을 받은 환자의 수는 코로나19 발생 전년 대비 약 25% 증가했다. 대한민국이 우울해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유정은 마보 대표는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는 연습을 권유한다. 유 대표는 "이건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내 몸과 내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는 거잖아요"라면서, "현재와 관계 맺도록 연습하는 법을 명상으로 도와주는 서비스가 마보"라고 설명했다.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 '마보(Mabo)'는 명상을 활용한 멘탈 케어 서비스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마보는 우연처럼 시작됐다. 유 대표는 마보를 창업하기 전, IBM GBS, 액센추어, 삼일PwC 등 글로벌 인사조직 컨설턴트로 근무했었고, 구글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심리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구글 캠퍼스가 한국에서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구글의 명상 프로그램, 일명 'G-pause(쥐퍼즈)'을 한국 지사에 도입해 창업가들을 대상으로 전파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저한테 어떤 분이 오더니 '선생님 목소리를 좀 녹음해도 되겠냐'라고 묻어라고요. 혼자 집에서 명상을 하고 싶은데 한국어로 된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명상은 사람의 마음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살고 있는 문화와 적합해야 되거든요."
이후 유 대표는 '신뢰할 수 있는 명상을 만들어보자'라고 다짐한 게 2015년 11월이고, 한 해 지난 2016년 8월 안드로이드 버전을 출시해 지금의 마보까지 오게 됐다.
마보는 당시 한국의 IT생태계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서비스였다. 지금이야 넷플릭스 등 콘텐츠를 비롯해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구독'의 형태로 제공되고 있지만, 마보가 처음 나왔던 2016년 당시에는 서비스의 정기 구독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기였다. 게다가 명상을 앱으로 제공한다는 방식도 마보가 우리나라 최초였다.
미국에서는 '헤드스페이스(2010년 창업)', '캄(2012년 창업)'과 같은 앱이 성공했지만, 멘탈 케어에 대해 생소하게 받아 들여지는 한국의 상황에서 명상을 돈을 내고 한다는 것, 그리고 구독을 한다는 것은 서비스로서 쉽게 받아 들여지지 않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유정은 대표는 "'명상 앱 시장이 한국에서도 될 수 있구나'라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장에 도전했던 만큼 제공하고자 하는 명상 서비스의 철학이 확실하다. 유 대표는 "내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생각했을 때, 짜증을 내면서 끌려 다니는 것과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마음 먹고 시작하는 하루가 다르잖아요. 그 마음을 내기 위해서 '내가 이 순간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를 알아차리고, 지금 이 순간 현재와 관계 맺는 법을 터득해야 합니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챙기는 것이죠. 지금 이 순간과 관계 맺는 방식을 계속 연습이 필요합니다."
유정은 대표는 마보를 통해서 현대인이 마음의 근육을 갖기를 바란다. 유 대표는 "마음 챙김 마보 앱은 온전히 이 현실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지금 이 순간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연습이에요. 조깅을 하면 점점 몸이 활력 있고 좋아지는 것처럼, 명상을 계속 꾸준히 반복하면서 마음의 근육을 만들고 이전보다 멘탈이 덜 흔들리고 조금 더 친절한 사람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보 앱을 통해 일상 생활 속에서 언제라도 자신의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연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마보 앱 가입자 수는 약 20만 명이다. 마보 앱은 명상 기간에 따라 사용자 등급이 '씨앗'부터 '나무'까지 나눠져 있다. 그런데 가입자 중에는 가장 높은 등급인 '나무' 단계가 상당히 많다고 한다. 마보를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라는 피드백 등 수많은 감사 인사 이메일을 받으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유 대표는 걱정의 목소리도 전했다. 명상 앱은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자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심각한 상태라면 명상이 오히려 좋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유 대표는 "우울증이 너무 깊은 분들은 명상을 하는 동안 대부분 부정적 생각들이 계속 일어납니다. '난 안 될 거야', '내가 또 이렇지' 뭐 이런 거 있잖아요. 이런 분들은 우선 치료와 처방을 받으시고, 몸을 건강하게 돌본 다음 명상을 통해 마음을 챙기는 과정이 필요합니다"라고 전했다.
마보의 비즈니스는 어떻게 이뤄질까? 멘탈 케어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경쟁 앱도 늘어난 상황이다. 유 대표는 "현재 마보는 B2B와 B2C가 3 대 1의 매출 비율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현 단계는 차근차근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마보는 서비스 출시 후 5년 동안 특별한 마케팅이나 큰 투자 없이 꾸준하게 성장을 하면서 성과를 냈다.
마치 명상처럼 성급하지 않는 마보의 전략은 지금의 MZ세대들에게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유 대표는 "지금의 MZ 세대는 앞으로 명상을 라이프스타일의 하나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종교를 통해 얻었던 마음 챙김을 저희가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유정은 대표는 마보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변화하기를 기대한다.
"마보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명상 콘텐츠입니다. 앱 안에 마음 챙김에 대한 명상의 원리를 제대로 담았거든요. 마보를 꾸준히 사용하면 정말 삶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변화의 경험담은 마보를 사용하는 수많은 이용자들이 편지와 인사를 통해서 받은 피드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