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kdaegeon Apr 30. 2022

내가 맥북에어를 구입한 이유

맥북에어를 샀다. M1으로 출시된 이후에 마음에 두고는 있었지만 급하게 구매해 사용할 이유는 없었다. 생각은 물에 떨어진 잉크 한 방울과도 같아 시작한 이상 물색이 변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그렇다면 시간을 아끼는 게 관건이다. 그래서 이유가 필요했다. 명분이라고도 한다. 


첫 번째 이유는 쓰고 있던 맥북 프로 2015mid 15인치 모델이 오래되서다. 2016년에 샀으니 거의 7년을 사용했다. 그 이전에 쓰던 모델이 2011년 맥북에서 11인치였으니 15인치 맥북 프로는 내겐 거의 신세계였고 같은 맥 ios라도 완전히 다른 컴퓨터였다. 물론 무게는 거의 2배에 가까웠지만 그만큼 좋다면서 잘 들고 다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등에 매고 다녔다. 


그 견고하고 완강하던 맥북 프로도 시간을 이길 수 없었는지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키보드 중간에 살짝 올라온 표면은 언제인가부터 맥북을 닫았을 때 양쪽이 뜨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물론 주로 회사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들고 다닐 일도 거의 없고 매직키보드와 트랙패드를 쓰니 키보드를 만질 일도 거의 없다. 하지만 새로운 맥북을 사야 한다는 이유로는 충분했다.


두 번째 이유는 요즘 글을 너무 안 적어서이다. 지금 회사에서는 기획이나 사업 관련 업무가 많고 기자 일은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쓰기 자체에서 멀어졌다. 어떤 글이든 생각의 전개를 통해 표현된다는 점에서 기획안은 다소 줄글의 생각 체계와 멀 수밖에 없다. 글 잘 쓰는 사람은 대부분 기획안도 잘 쓰지만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는다.


여하튼 올해 들어 너무 글에서 멀어졌다. 글을 꼭 써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글쓰기로 일을 배우고 성장한 사람으로서 글을 적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퇴보한다는 말과 같다.


그래서 글을 좀 쉽게 써보려고 맥북에어를 샀다. 이유가 생겼으니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바로 질렀고 애플 가로수길에서 바로 들고 왔다. 


무게는 가볍고 키보드는 쫀득하며 동작은 빠릿빠릿해서 좋다. 일부러 크롬도 설치하지 않고 최소한 글쓰기 앱만 설치했다. 에버노트에 롬리서치 정도다. 롬리서치는 체계화된 글쓰기 연습을 위해 깔았다. 당연히 핑계다. 그냥 써보고 싶은 거다.


또 활용 방법을 아예 제한하기 위해 활용성을 극대화하는 바텐더도 설치하지 않았다. 맥북프로에서는 5분에 한 번씩 써야 하는 게 바텐더인데 말이다. 물론 크롬도 설치하지 않았다. 이렇게 뭔가를 더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설치하지 않았다. 그나마 메일 연결 정도.


이제 쓰기만 하면 된다. 그것도 고민이라 처음에는 이번 기획에 책이라도 적어볼까 하면서 거창하게 이런저런 기획도 해봤다. 역시 그런 건 시간을 버리는 일이다. 결국 그냥 뭐라도 쓰는 수밖에 없다. 그냥 적는 게 최고다. 글을 잘 쓰겠다는 욕심은 버린 지 오래다.


욕심을 버리면 쿨해진다고 이렇게 '내가 맥북에어를 구입한 이유'라는 사람 낚는 제목을 붙여도 봤다. 추천하는 글인 줄 알고 클릭하는 이들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분명 m1 달린 맥북에어는 무게는 가볍고 키보드는 쫀득하며 동작은 빠릿빠릿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1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