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리뷰
작년 말부터 디제잉을 배우고 있다. 디스크 쟈키, 음악을 선곡하고 트는 사람. 물론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 선곡하는 것 자체에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찾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건 또 다르다. 조금 더 거창하게 말하자면 어떤 공간과 시간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 감각으로 채운다고 할까? 암튼 그걸 배우고 있다.
디제잉은 음악을 듣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서로 다르지만 같은 곡들을 모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내다 보면, 하나의 곡만 들을 때의 느낌과 믹싱된 음악 속에서의 느낌과 다를 때가 많다. 음악의 발견이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초반부는 디제잉으로 연결된 곡들을 듣는 것처럼 씬과 씬이 따로 또 같이 연결되어 보인다. 끊어진 듯 이어지는 장면들 속에서도 살인사건에 대한 추적은 계속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장면의 연속에서 사람을 발견한다. 그렇게 해준(박해일)과 서래(탕웨이)만 남는다.
살인사건은 그저 그들의 사랑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정서경 작가가 말했듯 이건 한 형사의 구역에 와서 두 명의 남편을 죽인 여자 이야기다. 처음과 끝에 둘이 있다.
사랑해요.
제가 더 사랑해요.
아니 제가 더 더 사랑해요.
그들의 사랑은 평행선이다. 서로의 곁에 머물기 위한 사랑은 경쟁하듯 오히려 그 사랑을 증명하지 못해 안달 난 사람처럼 보이게도 했다. 그래서 이게 과연 사랑인가 의문도 들었다. 저게 사랑일까 싶은 생각들이 시시때때로 떠올랐다.
그래서였을까? 사랑하기 때문에 해준이 싫어하는 걸 보여주기 싫었다고, 서래가 말했을 때 안도했다. '아 내 사랑도 저들의 사랑과 같구나'. 내 사랑은 그 사람을 헤아려 떠올리는 꼼꼼한 마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기억에서 나온다. 아니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생각이 난다. 아마도 그렇게 되는 이유는 반복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꾸 반복해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 서래는 해준의 목소리를 반복해서 들었다. 해준은 밤마다 잠들지 못해 402일의 밤 동안 매일 서래를 생각했다.
또 좋았던 순간은 서래가 자기의 말을 다 하지 못해 번역기를 사용할 때다. 나는 글로 적을 수 없고 말로 할 수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쪽이다. 그런데 말도 하고 글로 적을 수 있지만 들을 수 없고 읽을 수 없는 어떤 감정이 있다면 그건 존재하는 것일까? 중국어와 한국어라는 딱딱한 언어의 벽 사이에서 번역기는 그들의 사랑을 탄생시킨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또 보러 가고 싶다. 그땐 시네큐브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