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세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kdaegeon Jul 31. 2022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소설가 김영하가 말했던 친구론에 대해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 생각하면서도 완전히 공감할 수 없다. 그는 "살아보니 친구가 그렇게 필요하지 않더라"며, 젊은 시절 너무 다른 성향을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성향을 맞춰주고 보낸 시간 아깝다고 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음악을 듣고 산책을 하고 책을 읽는 게 좋았을 거라면서.


처음 그 글을 읽었을 때는 정말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그때 나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연일 계속되는 미팅에, 회식에, 왜 만나는지 모를 여러 친목 모임까지 다니면서 스스로를 챙길 시간이 없었다. 음악이 그리웠고 평화로운 산책을 원했고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공간이 필요했다. 억지로 연주회를 다니고 짬을 내 서점을 찾아 책을 몇 권씩 사기도 했지만 마음을 채우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흘려보낸 시간들이 아까웠다. 그 찬란했던 20대. 그때의 젊은 감각을 가지고 더 넓은 세상을 만났더라면 지금 내 마음을 얼마나 풍요롭고 풍성했을까? 살면 살수록 이기심으로 간사해지고 옹졸해지는 내가 나는 너무 꼴 보기 싫다.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살아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나는 더 많은 감각을 원했다.


그런데 이제와 완전히 공감할 수 없게 된 까닭은 내가 원했던 감각의 확장은 결국을 사람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대화하고 살아갈까? 


그 깨달음은 대화의 갈증을 비롯됐다. 뭐라도 좋으니 대화하고 싶은 요즘이다. '의견은 다를 수 있다'는 말에 숨지 않고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좁혀가고 싶다. 때론 아예 더 멀어져 싸우다가도 잠들 적 돌이켜보고 새벽 3시에 '내가 잘못 생각했다'라고 문자를 보내고 싶다. 2010년대 최고의 소설은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다. 슬픈 발라드는 '역시 이소라'라며 같이 따봉을 외치고 싶다.


문제는 '이런 대화를 언제 했더라' 기억해보니 흘려보내 아까웠던 시간에 수없이 했다. 보이지 않는 공기 같던 그 시간들은 기록할 수 없는 분위기로 이뤄진 대화들이었다. 


이제는 대화는 무조건적인 의미를 요구하고 대화는 무너진다. 겨우 서로 웃을 수 있는 말과 말의 섞임만이 최선이게 됐다.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욕심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다만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대화의 즐거움을 찾고 싶을 뿐이다. 


아마 내게 좋은 친구가 없는 이유는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바쁜다는 핑계로 사는 동안 놓쳐버린 게 많다. 그래도 별 수 없다. 다시 차근차근 만드는 수밖에. 좋은 사람들과 알고 지내고 싶다.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지만 힘들어도 찾아내야만 친구 하자고 할 수 있겠지. 다시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큐피트 화살이 가슴을 뚫고 사랑이 시작된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