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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Oct 14. 2022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질투한다.

나 다녔던 학교는 나무가 많다. 중앙 큰길을 걷다보면 양옆으로 나무들이 이어진다. 나무는 고개를 들어야만 끝에 눈닿을 정도로 높고 풍성하다. 건물보다 나무가 반겨주는, 서울에서 드문 곳이다.


그럴싸한 근거로는 조경학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시립이라 일정 부분은 지역 공공재로 공원 역할도 해야하니 겸사겸사였을 것이다. 그런 이유야 차치하고서라도 초록의 나무들은 학교의 빛이었다.


그 이름 모를 빛의 설계자는 온전한 것만 두지 않았다. 그늘을 걱정해서였을까. 학교 곳곳에 덩굴자리를 만들었다. 덩굴은 스스로 자라 윤슬처럼 빛 닿는 자리를 채웠다.


그런 자리 중에서도 내가 가장 사랑했던 곳은 등나무였다. “등나무에서 보자” 그곳에서 만나 밥도 먹으러 가고 강의도 째고 술도 마셨다.



지난주 오랜만에 찾은 학교는 여전히 좋았다. 적당히 정돈된 모습이 어색했지만 등나무도 그대로였다. 시간에 눌려 스러지려는 나무들을 잘 간직해줘서 고마웠다.


과거와의 짧은 만남 끝은 후회일때가 많다. 그 크기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큼이겠지. 우습게도 그 마음은 지금 순간을 놓치지 않겠다는 욕심으로 이어진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를 질투하고 하루짜리 굳은 다짐을 한다. 같은 나인지도 모르고.


그래도 산책의 끝에는 지금으로 돌아온 것에 만족한다. 후회보다 욕심이라서도 다행이다. 1년에 한번씩은 찾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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