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okdaegeon Mar 13. 2023

종이 빨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어제는 스타벅스를 갔는데 빨대를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쓰지 않았다. 뭔가 종이 빨대를 통과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은 좀 다르게 느껴진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스스로 이건 똑같은 맛이라고 자기 주문을 해봐도 도무지 커피 마시는 것 같지가 않다. 그래서 일부러 빨대 없이 마셔야 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킬 수 있지만 너무 더웠다. 이제 점점 더워질 텐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종이 빨대는 부정적인 소비자 경험을 선사하는 제품이다. 서비스나 제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결국은 엔드 유저의 결제로부터 그 생명이 결정된다. 종이 빨대는 결제는커녕 본래의 상품인 커피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생명을 깎아먹는다.


https://bcgblog.kr/reasons-for-optimism-henry-fovargue/


결국 종이빨대는 혁신이 부족했다. 글에서는 혁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혁신이 시장에서 대중의 인정을 받게 되는 이유는 ‘사람들의 핵심 니즈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론적 접근이 썩 좋지는 않지만 나 역시도 종이빨대에 도저히 혁신성을 부여할 순 없겠다. 아이폰이 아무리 욕을 먹어도 혁신일 수 있었던 이유는 사용자에게 만족감을 줬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만족하지 않는 제품을 혁신이라고 한다면 억지에 가깝다. 


BCG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종이빨대가 지속가능한 제품의 평판에 오명에 남겼다고 말한다. 아무리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자고 해도 사람들은 종이빨대의 불편함을 떠올리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플라스틱 빨대로 돌아갔다고... 아직 우리는 종이 빨대를 공공의 힘으로 사용은 하고 있지만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거의 없으니 곧 카페에서 다시 플라스틱을 볼 것 같다.


지속 가능한 상품들이 지금 주목받기 시작하는 주 요인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적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맛과 건강 등 소비자의 핵심 니즈를 더 잘 충족시키고 있으며 원재료 혁신을 통해 핵심적인 부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생산은 드디어 지속 가능한 제품이 비용 경쟁력이 생기는 규모에 도달하고 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70400.html


그래도 이런 연구 결과가 계속적으로 나오긴 한다. 기사를 읽어도 눅눅해지는 걸 막았다, 분해력을 높여 환경 피해를 줄였다가 핵심이지 맛을 침해하는 걸 개선했다는 없다. 그니까 커피를 마시는 이들에 대한 경험 조사가 없어 아쉽달까...


사실 의문인 게 왜 종이빨대가 세상에 나타났을까다. 플라스틱을 없애자는 명분은 인정하겠다 치더라도 본래의 커피맛을 망치는, 실제로 망치진 않더라도 망치는 느낌을 주는 종이빨대가 누군가의 컨펌을 받고 등장했다는 게 신기하다. 물론 나무 빨대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이긴 하다. 그래서 코팅한 종이로 만들면 어떨까도 혼자 기획도 해본다.


실망스럽게도(?) BCG에서는 논점을 돌려 포장육이니, 실내농업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해 잘 포장해서 마무리한다. 나는 종이 빨대에 대해 관심이 있는데. 나 역시 이전에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글을 몇 번 적었지만 이렇게 항상 변명해야 하는 포지션인 게 아쉽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바쁨은 정말 가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