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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Mar 14. 2023

스티비 서비스 가격 인상을 보고

3월 20일부로 뉴스레터 플랫폼인 스티비가 가격을 인상한다. 구독 콘텐츠 붐과 함께 성장한 서비스로, 많은 뉴스레터가 스티비를 활용 중이다. (뉴스레터 안의 링크를 열 때 스티비를 경유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나 역시 한 때 이용했던 사람으로서 그냥저냥 쓸만했던 기억이 난다. 주위에는 여전히 쓰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인상 폭이 생각보다 높다. 지인 단톡방에서 거의 2배가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찾아보니 정말 거의(?) 그렇다. 살펴보면 가장 저렴한 요금제은 500명 이하는 1.8배 상승했고, 가장 비싼 요금제는 1.1배이니 평균적으로 1.5배인 셈이다. 


스티비 인상

이런 가격 인상의 이유를 유추해 보면 주요 비즈니스 모델을 개인 콘텐츠 확산을 위한 뉴스레터 플랫폼(B2C)에서 기업 홍보 마케팅 플랫폼(B2B)으로 전환을 노린 것이란 생각이 든다. 기업 고객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사실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기업은 세일즈포스 같은 솔루션을 통해 CRM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뉴스레터에 대한 니즈가 없었다. 하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가 관리해야 할 고객이 많지 않은 기업은 스티비 같은 뉴스레터 플랫폼이 활용하기에 참 좋다. 적당히 고객 관리도 하고 싶은 기업에게는 안성맞춤이었지.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스티비 역시 그렇게 BM 전환을 노린 것 같고 가격 인상에서 그 의도가 드러난다. 물론 더 따지고 들어간다면 스타트업으로서의 수익 실현이 있겠지만, 그런 건 차치하자.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atype/di/category_id/3_1/article_no/829


그렇다면 소비자는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이에 대해 요안니스 에반겔리디스의 HBR 기고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우선 가격이 오르면, 그러니까 오늘 확인한 가격이 어제 보다 오르면 소비자들은 구매를 미룬다. 마찬가지로 낮아지면 당장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재미있는 건 가격 변동이라는 변수가 생기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세 번 이상 지속적으로 오르거나 내리는 쪽으로 달라지는 걸 인지하면 계속 같은 경향을 보일 것이라 추정했다. 하지만 그 패턴이 한 번이나 두 번 정도라면 오히려 그 반대로 갈 것이라고 봤다.


이번 스티비의 가격 변동을 예로 들면, 이전에 스티비가 세 차례 이상 조금씩 가격을 올렸다면 소비자들은 지금 가격은 최저가라고 판단하고 당장 구매할 것이다. 왜냐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니까.


하지만 이제 한차례 올렸으니 소비자들은 오히려 이제 곧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 추정하고 구매를 미룰 것이다. 그리고 쿠폰이나 대폭적인 할인 정책 같은 프로모션을 기다리겠지.



그래서 여러 가지 다음 전략도 고민할 수 있는데, '만약 소비자가 당장 구매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한 차례의 대대적인 가격 인하 또는 여러 차례에 걸친 소폭 인상을 단행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왜냐면 한번 떨어지면 조만간 반대로 다시 팍 오를 것이니 지금 구매할 것이고, 소폭 인상하면 계속 오를 것이니 더 오르기 전에 지금 사야 하니까. 


잘못된 전략도 있다. 고객을 위한다면서 시간을 들여 천천히 가격을 낮추게 되면,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신호를 줘서 소비자는 구매하지 않게 된다. 그러면 오히려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나 역시도 서비스를 구축하고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 또 수익을 어떻게 내며 유지할지 고민하는 입장에서 고민이 많다. 사실 가격 책정의 고민은 어느 정도 측정해야 가장 많은 소비자가 손해보지 않는 제대로 된 가치를 지불하게 할 수 있을까이다.


결론은 수익 최적화. 그 시작은 제품 · 서비스의 가치를 알 수 없다는 것이고 (왜냐면 가격이 정해진 이후 살지 말지 시장이 판단하니까) 이런 과정은 기업을 망하게도 살리기도 한다. 


그래서 론칭 이후 시도해야겠다고 정해둔 게 와이컴비네이터의 10 · 5 · 20 룰이다. 와이컴비네이터에서 말하길, 소비자들은 제품의 가치가 가격의 10배만큼이 아니라고 느낀다면 구매할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한다. 


그러니 가치를 가격의 10배로 잡는다. 이제 가치에서 가격으로 기준으로 바꾸었고 이제 가격을 5%씩 올려본다. 그러다 보면 소비자가 이탈(churn)한다. 가격이 올라가니까. 암튼 그렇게 원래의 20%를 잃게 되면 멈춘다. 그 시점의 가격이 바로 최적화된 가격이자 가치다. 


물론 이것도 시장 실험에 가까우니 리스크는 있지만 작은 기업으로서 애매한 컨설팅받는 것보다는 더 좋지 않나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jwXlo9gy_k4&t=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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