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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Mar 24. 2023

어린이집에 얼굴 인식 시스템 필요해?

하나의 문제는 하나의 장소에만 있지 않다.

어린이집에 침입자가 발생했다. 그리고 원장은 다시 그런 불안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얼굴을 인식해 아주 강력한 소음을 내는 경보기를 설치했다.


이제 신원이 등록된 이들, 즉 어린이와 그 부모, 직원들만 문을 통과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얼굴이 등록된 이들이라도 허가받지 않은 공간에 들어가면 경보가 울린다. 예를 들어 남자 직원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는 것과 같은.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기술적으로 탄탄해 보이니 모두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을 겁니다.”


습관이라는 게 참 무섭다. 지난해에는 하루 온종일 마스크를 벗었다가 써야 했다. 마스크를 써도 얼굴이 된다고도 했지만, 내 아이폰은 그러지 않았다. 억지로 마스크 썼지만 안 쓴 거 같이 등록해 두어도 보안은 풀리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신경질적인 폰 디스플레이에 비번을 연타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마스크가 귀찮게 했냐는 듯 자연스럽게 아이폰은 풀었다가 연다. 사실 얼굴 인식이 편하긴 진짜 편하다. 몇 년까지만 해도 얼굴 인식의 대중화에 대한 위험성, 예를 들어 사찰 같은, 우려가 정말 하루 건너 부각됐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편의성이 불안을 압도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atype/ma/category_id/5_1/article_no/1936


그래서 위 어린이집처럼 이제 얼굴 인식 기술은 스마트폰 잠금 해제를 넘어 우리 생활 곳곳에 파고들 것이다. 얼마나 편한가. GPS 출퇴근이니 지문 등록이니 카드니 번거롭지 않고 그냥 왔다 갔다 하면 된다.


이전에 근무했던 조직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전 직원의 굴을 출입 시스템에 적용하기도 했다. 물론 즉각적인 반응까지 되는 수준은 아니라서 보조적 수단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처음에 얼굴을 등록할 때는 생각보다 충격적이었다. 마치 나의 업무 모든 것을 촬영하고 있는 블랙박스를 회사 곳곳에 달아둔 느낌이었다. 떠올려 보니 과기부청사 출입할 때도 얼굴로 인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문제가 생긴다. 개인의 스마트폰 잠금 해제와는 반대가 된다. 인식의 방식이 뒤집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숙해진 얼굴 인식은 아이폰 속 '데이터의 나'를 '카메라에 보이는 나'에게 일치시키지만, 생활 속에 들어가게 될 얼굴 인식은 '카메라에 보이는 나'를 '인식 장치 속의 나'에게 맞춰 본다. 그러니까 나를 나로서 구분해야 하는 카메라는 그저 여러 얼굴이 등록된 아이폰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가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경보음을 울리게 한 사람들에게서 어떤 공통점을 눈치채지 못했습니까?”
“다섯 명 모두 피부색이 어두운 여성이었어요. 다른 자동화 기술과 마찬가지로 얼굴 인식 시스템도 구축하는 데 사용되는 데이터에 의존하죠. 이런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하는 개발자는 대부분 백인 남성들인데 만일 그런 남성들의 얼굴을 주로 사용했다면 시스템이 흑인이나 아시아계 여성의 얼굴을 확인할 때 오류를 더 많이 일으킬 겁니다."


그 문제가 어린이집에서 발생하게 된다. 테스트 때는 잘만 되던 얼굴 인식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되자 끊임없이 경보를 울려댄다.


하지만 결국 해결하긴 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데이터를 더 쌓았고 출입 가능한 자의 얼굴 역시 지속적으로 학습하도록 만들었다. 즉각적인 해결책으로 출입문에 조명을 설치하기도 했다. 그래서 실제 운영 중에도 필요하지 않은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끝인 것일까? 그렇지 않다. 하나의 문제는 하나의 장소에만 있지 않다. 그것도 모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한다.


MIT와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얼굴 인식소프트웨어는 백인 남성은 99% 넘게 정확히 식별했지만 피부색이 어두운 여성은 66%만 식별했다고 밝혔다.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정말 높은 수치다.


그래도 얼굴 인식은 필연적인 기술이기는 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총기 사고 위험도가 낮지만, 미국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27건의 총기사고가 벌어졌다. 학교를 위험한 자로부터 어떠한 수단을 쓰더라도 보호하고자 하는 노력은 당연하다.


https://www.bbc.com/korean/features-61588967


이에 대해 두 사람의 전문가의 의견을 살펴보자.


아이러니하게도 사이버보안 업체 관계자는 얼굴 인식의 불완전성을 강조한다. 오히려 고전적인 접근법이 더 안전하다는 것이다.


출입 허가받은 이들에게 위조가 어려운 스캔 신분증 주고, 보안 요원을 배치하고 모든 출입구에 CCTV를 설치하며 동시 오픈이 되지 않는 이중 도어를 두고 감시하는 게 맞다고 말한다. 결국 얼굴 인식 시스템을 뚫리고 게다가  '시스템은 보안요원과 달리 총격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나 그 밖의 허가받지 않은 사람이 억지로 들어오는 것을 막지도 못한다'는 게 핵심이다.


정말 그렇긴 하다. 얼굴 인식 경보는 경보일 뿐 진짜 위험에 대처할 순 없다.



또 다른 전문가는 위 어린이집이 행했던 방식이 맞다고 주장한다. 얼굴 인식 시스템은 이미 충분히 기술력을 가졌기에, 문제가 생기기 전에 데이터를 더 쌓아야 했고 사전에 관계자들에게 안내가 필요했다고 언급한다. 생산성 관점이다.


사실 어떤 방식이든 안전을 위한 수단이기는 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면 후자의 얼굴 인식 시스템 고도화로도 충분한 것 같긴 하다.


한국이야 총기 위험은 없다지만 위험한 사람이 너무 많다. 열린 공간이 많기 때문인데, 요즘 초등학교들이 밤에 안전 상의 이유로 문을 닫아 두는 걸 보면 운동을 못해 아쉽긴 해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문 꺼진 학교는 우범지대가 된다. 얼굴 인식 시스템은 그와 같은 바리케이드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부모라면... 전자의 고전적인 보안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그래서 만약 애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원장이 안전을 위한다면서 얼굴 인식 시스템을 설치하겠다고 하면 돈 생산성을 핑계로 진짜 안전을 포기했다고 나무랄 것 같다. 물론 애는 없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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