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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kdaegeon Mar 28. 2023

'털사 킹'에서 시작한 지방 소멸 걱정

얼마 전에 털사 킹이라는 미국 드라마의 소개를 보고 '털사'라는 지역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잠재된 도시라고 해야 할까. 이 느낌을 전하기 위해서는 드라마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다.


주인공인 실베스타 스탤론은 깡패 중간 보스인데, 살인 범죄로 두목 대신 빵에 들어갔다가 끝까지 진범에 대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가석방 없이 30년가량 복역했고 극 중 나이가 75살이다.


암튼 만기 출소 이후 조직에 복귀했는데, 자신의 자리는 없다. 현 2인자인 보스 아들에게 밀려나고 조직 근거지인 뉴욕을 떠나 털사 (Tulsa)로 가서, 거기서 활동하라고 한다. 그럼 건드리지 않겠다고. 이때 나오는 도시가 털사다.



말로만 들으면 시골 동네 같지만 실제로는 인구 100만의 중소도시다. 물론 뉴욕에 비할 바 못하겠지만. 우리나라로 따지면 서울과 세종 수준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거의 먼치킨급으로 주인공이 잘 나가는 드라마다. 터미네이터가 누구한테 맞고 다닐 수 없지. 또 실베스타 스탤론의 첫 드라마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주인공이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아간다는 내용은, 과거 영화의 영광에서 벗어나 새롭게 드라마를 시작하는 실베스타 스탤론의 모습과도 비슷하다. 이런 이유로 털사가 마음에 걸려 있었다.


그러다가 털사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를 봤다.


https://www.hbrkorea.com/article/view/atype/di/category_id/5_1/article_no/838 


원격 근무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미국 테크기업에는 재택근무자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게다가 고연봉이기도 하다. 


그래서 오클라호마에 기반을 둔 조지 카이저 가족 재단은 이들을 대도시의 직장인을 털사로 유입시키기 위해 약 1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300만 원을 이주 비용으로 지원했다. 이름하야 '털사 리모트' 프로그램이다. (털사가 오클라호마에 있다.)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4년간 약 2000여 명이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 시로 이주했다. 털사는 '기술 산업은 미흡하고 미국 전체에 비해 대학 학위를 가진 주민 비율이 낮'았다. 석유 산업을 기반으로 구축된 계획도시이기도 하고. 살기는 좋았는데, 인구가 모이지 않았던 것. 부정적으로 말하면 점점 망해갈 일만 남았던 상황이었다. 아니면 쫓겨난 조폭만 오거나.


그래도 장점은 생활비가 압도적으로 저렴하다는 것. 털사의 주택 가격은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주택 가격의 5분의 1 정도라고 한다. 규모나 성격은 서울-세종 느낌인데, 집값은 그렇지가 않다.


https://www.voakorea.com/a/7008705.html

 

암튼 털사 리모트 프로그램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리모트 프로그램의 실행한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실질 소득은 높아졌으며 시간적 여유가 늘었다. 게다가 지역사회 참여도 높아졌다.


털사의 도시 경제도 살아났다. 털사로 이주한 원격 근무자 2명당 정규직 일자리 1개를 창출했으며 프로그램에 지출된 1달러당 13달러의 경제활동이 창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는 설명한다.



이러한 결과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지방 소멸에 대비한 좋은 정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강릉이나 속초, 목포, 제천, 충주 같은 곳은 분명 곧장 효과가 나올 것 같다.


그런데 바로 두 가지 문제점이 생긴다. 첫 번째,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인이 많지 않다는 점. 하지만 분명 존재는 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수요가 있다면 공급이 되는 것이지. 분위기로만 보면 여러 기업이 코로나 때문에 시행했던 재택을 종료하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직장인들 대부분은 달라졌고 구시대의 정책을 고집하는 기업은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8/0004842945?sid=105

 

두 번째, 자기 지역의 돈이 외부에 지원된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이다. 예를 들어, 세종시 예산을 서울사람 데려오는데 쓴다고 하면, 지방의회에서나 지역 사회에서 반대가 불 보듯 뻔하다. 아마 설득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전술했듯 털사 리모트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로 유입된 원격 근무자 2명당 정규직 일자리 1개를 창출했고 프로그램에 지출된 1달러당 13달러의 경제활동이 창출했다. 


사실 그들이 지출한 수입은 그래도 거주지로 흘러 들어간다. 따지고 보면 기업 유치한다면서 세금 감면하고 지역 금싸라기 땅부지 내주는 것보다, 돈 주고 곧바로 지역에 살 사람 데려오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시행하려고 고집 쎄고 재선은 포기한 시장이 필요하겠지.

 

https://www.korea.kr/news/policyNewsView.do?newsId=148898780


이런 정책의 시작점은 '물고기를 주려거든 직접 잡아주지 말고 낚시하는 법 알려줘라'는 것이다. 그런데 횟집에 갈지 말지도 고민인 마당에 알아서 잡아먹으라고 하면 누가 갈까? 횟집만 주구장창 만들어봐야 갈 사람이 없으면 다 필요 없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면, 실베스터 스탤론이 털사에 오고 나서, 털사에는 그의 가족도 오고 뉴욕 깡패들도 자꾸 오고 그냥 대마초나 하던 이들은 일자리가 생기고 카지노도 생기고 연방 경찰도 오고 등등등 암튼 뭐가 많이 온다. 


털사에 좋은 것들만 생긴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깡패가 와서 그렇다. 그럼 똑똑한 사람들을 돈 주고 데려와 도시에 살게 한다면 똑똑한 곳이 되지 않을까? 개발자들을 돈 주고 데려오면 개발자 도시가 되는 것이고 우주 공학자들을 데려오면 우주 공학의 도시가 되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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