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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 Sep 09. 2023

테니스 배운 지 18개월 만에 그 시작을 찾다

테니스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

#잡으시오!


테니스(Tennis)의 어원은 프랑스어 동사 "Tenez!"에서 비롯됐다. 의미는 ‘잡아라’로, 프랑스어 동사 "tenir(잡다)"의 명령형이다. 테니스는 테니스 라켓으로 하는 운동인데, '잡는다'는 어원이 이상할 수 있다. 대충 말이야 통한다 해도 정확하게는 아니다.


그건 테니스가 라켓을 사용하지 않는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테니스의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운동은 '죄드폼(Jeu de paume)'이다. 직역해도 '손바닥 게임'이듯, 손바닥으로 공을 넘기는 운동이었다. 다만 그걸 테니스 공이라 할 수 없었다. 속을 털로 채운 헝겊 뭉치에 가까웠다. 12세기 작가 Jean Beleth는 '승려들이 회장의 벽과 들보를 사용하여 서로에게 헝겊 공을 던지고 있다'고 적었다.


여기서 바로 "Tenez!"가 나온다. 죄드폼 경기 중에 상대방에서 공을 보내면서 "Tenez!"라고 외치면서 보냈다고 한다. 상대에 대한 예의를 위한 구호였다고 하는데, 우리가 조선 시대 문 앞에서 "이리 오너라" 부르는 것과 같다. 귀족들이 공을 보내면서 "잡으시오!"라고 외친 셈이다. 현대 테니스에서 죽일듯한 속도로 서브를 하는 걸 보면 역사는 참 아니러니 하다.


© AELTC/Chloe Knott


#세계 최초의 세계 챔피언


이 손바닥으로 헝겊 뭉치 넘기기를 테니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구호뿐만이 아니다. 사실 운동 경기는 농사 같이, 행위를 통해서 생산물이 만드는 노동이라 볼 수 없다. 입장료를 받는다거나 구경꾼에게 맥주를 판다거나 하지 않는 이상, 운동 자체만로는 아무 것도 없다. 따지고 보면 그냥 공놀이인 것이다. 게다가 대다수가 먹고살기 힘들었던 중세 시점에서 보면, 죄드폼은 헛짓이었다.


하지만 죄드폼 경기는 현대 테니스의 기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바로 세계 최초로 챔피언을 탄생시킨 것. 1740년 파리에서 1시간 거리에 떨어진 퐁텐블로에서 제1회 죄드폼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그러니까 테니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챔피언'을 가진 운동이라 볼 수 있다.


물론 그사이에 죄드폼 경기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아무리 이름이 재밌는 운동이라도 아픈 건 다른 문제다. 그래서 장갑을 꼈고 장갑으로도 부족하니 라켓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귀족들만의 놀이였다가 점점 선수와 관객이 모이고 직접 경기를 하기도 하는 대중적인 스포츠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점점 우리가 알고 있는 테니스의 모습으로 되어갔다.



#맥주 마시는 사람보다 많았던 테니스 선수


당시 프랑스는 이 죄드폼, 아니 테니스 인기가 엄청났다. 문헌에 따르면 1596년에 프랑스 파리에는 약 250개의 테니스 코트가 있다고 적혔다. 2020년 기준으로 서울 내 공공 테니스장의 코트 면수는 총 309면이니까,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파리의 테니스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가늠이 된다.


영국 작가 로버트 달링턴 경은 1604년의 프랑스에 대해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보다 선수들이 더 많은 테니스 코트가 흩뿌려진 나라"라고 적었다.


이후 테니스는 백년전쟁을 거치면서 영국으로 넘어간다. 그렇게 죄드폼은 현대 테니스 경기(당시 이름 스페어리스틱)의 모양을 거의 갖추게 된다.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경기 규칙도 영국인이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 대회가 1877년에 개최됐다.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의 메이저 대회인 롤랑 가로스는 1891년에야 열리게 된다.


Photo by Anne-Christine POUJOULAT / AFP


#역사적 사건 속 우리나라 테니스


우리나라에 테니스를 전파한 국가도 영국이었다. 19세기 세계 패권이 요동치던 그때, 언제든지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얼지 않는 항구'를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 제국은 적극적인 남하정책을 펼치고 있었다. 이에 영국, 그러니까 대영제국은 이런 러시아를 춥고 배고픈 겨울왕국에 가둬두기 위해 유럽부터 아시아까지 모조리 막고 있었다.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The Great Game)'이다.


그 게임의 역사적 장면 중 하나가 '영국의 거문도 점령 사건'이다. 영국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나가려는 러시아의  항로를 차단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거문도를 점령하기에 이른다. 그게 1885년. 지구 반대편으로 온 영국 군인들이 뭐 했겠나. 테니스 쳤지... 2019년 대한테니스협회는 거문도에 테니스 최초 전래지를 기념하는 현판을 세웠다.


우리나라 테니스 인구는 약 60만 명이다. 1년 만에 약 10만 명 정도 늘어 그 성장세가 가파르다. 인프라나 산업도 커져서 코로나 이전 전국 100여 개에 불과했던 실내 테니스 연습장은 지난해 700개까지 늘어났고 산업 규모도 3000억 원 가까이 된다고 한다.


스크린을 뺀 골프 인구가 약 600만 명에, 시장 규모는 20조 원 정도라고 하니 비교는 얼마 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베트남 헬스케어 시장이 약 3000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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