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 바이블> 리뷰
살며 나를 괴롭히는, 스트레스를 주는 문제를 찾아보면 모두 '나'로부터 생긴다. 매번 '괜찮다'며 후회하지 않으려고 해도, 나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고 그 원인을 추적하면, 결국 내가 나온다. 오늘의 나를 만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그건 결과로부터 하나씩 추적하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나에겐 선택이 있었고 의지가 있었다. 분명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다. 이제는 습관처럼 굳어져 버린, 조금씩 늦는 약속 시간 같은 게 그렇다. 평소대로 늦고 평소대로 변명한다. 그동안 수십 번 했던 다짐과 결심, 계획과 수행들. 그리고 마주하는 실패. 다시 반복.
나는 나를 경영하지 못하고 있다.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 바이블>은 그래서 집은 책이다. 다시 길을 찾고 싶었다. 읽고 나서 마음에 새긴 부분은 특히 두 부분이다.
#1 신뢰는 호감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회사를 다니며 대화를 한다. 상사와, 동료와, 또는 팀원과 일을 위해 관계를 맺는다. 프리랜서와 혼자 일하는 사람도 다르지 않다. 일을 받고 주면서 어쩔 수 없이(?) 말을 주고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게 쉽지가 않다. 결과론이라도 일의 성과가 나지 않는 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크다. 일을 함께 하자고 시작했다면 이미 일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대화의 충돌은 서로 다른 일을 맡고 있어서 생겨난다. 조직의 일이란 기계와 같아 구성원은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우리는 대화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일만 알고 남의 일은 모른다. 그 간격으로부터 일은 점점 망해간다.
일반적이라면 '다른 사람의 일을 이해하라'는 식으로 풀어가겠지만, 책은 한발 더 나아가 인류의 역사까지 간다. 피터 드러커는 사람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는 당연한 것이라 말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남들에게 질문할 필요가 없었다. 중세시대에 한 구역에 살던 도시 사람들은 똑같이 무역을 하며 돈을 벌었다. 같은 시골 골짜기에 살던 사람들은 땅에 서리가 가시자마다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이 씨를 뿌렸다. 남들과 좀 '다른' 일을 하던 소수의 사람들도 결국에는 혼자 일했으므로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굳이 말하고 다닐 의무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소통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나의 일을 몰라주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의 일을 알려주지 않은 당신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책임은 나에게 자신의 일을 알려주지 않은 다른 사람에게도 있다. 즉, 일이 망하는 건, 인정하기 싫지만, 모두의 책임이다. 누가 일을 못하고 잘하고 나눠 구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서로의 일에 대한 대화는 신뢰로 이어지는데, 여기서 사람들은 착각한다. '사람들 사이에서의 신뢰는 꼭 그들이 서로 좋아해야 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따라서 관계에 책임을 지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의무라는 말이다. 그 누군가가 조직의 일원이든, 컨설턴트이든, 공급원이든, 배급업자이든 상관없이 모든 동료들에게 책임을 질 의무가 있다. 이들은 동료 직원들과 상호 의존하는 사이이니 말이다.
#2 성과는 기회로부터 온다
사람이란 참 신기해서 문제에 집착한다. 지하철을 타면서도 무엇이 불편한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뭐가 바뀌면 좋을 텐데 이야기한다. 하다 보면 횡단보도 신호 대기 중에도 '이게 문제다'라고 따진다.
문제 인식이 변화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그게 나쁜 것은 아니다. 나 역시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로부터 숨겨진 문제를 찾아 기사로 쓰는 일로 밥벌이를 했다. 그런데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관점에서 이걸 뒤집는다.
우리는 항상 개선이 필요한 상황 속에서 일을 시작한다. 매출을 높이려고, 비용을 절감하려고 혹은 이익 구조를 만드려고 등등등. 자연스럽게 상황을 분석하고 문제를 찾아낸다. 그리고 자기만의 해결책을 내놓는다.
물론 문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무턱대고 덮어두는 건 금물이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해도 성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그저 피해만 막아줄 뿐이다. 기회를 이용하는 일이야말로 결과를 낳는다.
기회 관점의 접근법은 문제를 찾지 않는다. 오히려 기회를 찾는다. 문제를 풀어야 상황이 해결된다는 것보다 기회를 잡아야 상황이 풀린다는 것이다. 성과를 가져오는 결과는 문제 해결보다 기회를 잡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고서도 작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의 보고서의 대부분은 현안이나 문제를 먼저 나열하고, 이걸 어떻게 해결하려면 무얼 해야 하는지 적힌 결론으로 나아간다. 그러나 좋은 보고서는 가장 앞에는 기회, 그리고 그다음에 문제를 적혀야 한다고 말한다.
엄청난 재앙이 아닌 이상, 기회를 분석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기 전까지 문제는 임원 회의에서 다루지 않는다.
전 세계가 겪었던 코로나 팬데믹 역시 문제가 아닌 기회 관점에서 바라봤다면 어땠을까? 지금 돌이켜보건대 문제에 휩쓸려 생존에 급급했던 조직과 기회를 잡고 급성장을 노린 조직의 차이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