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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대건 Sep 06. 2019

제가 당신의 마음에 들기를 바라요

강창래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읽고

“내가 그 사람 마음에 들어야 하잖아요. 그게 정말 어려워요.”


면접에 떨어져 울던 아는 동생의 설움은 아직도 생생하다. 합격을 위해 그녀가 들였던 정성을 알고 있었다. 탈락은 도리 없이 슬펐다.


요리가 그렇다. 아무리 정성을 다한다 해도,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맛이 있어야 한다. 들이는 노력만큼 맛이라 하지만, 위로가 아니라 욕이다. 맛없는 건더기와 밍밍한 국물의 분위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침울하다. 결과론적이다. 


맛 따위 상관없는 요리는 내가 나 자신에게만 허락된다. “당신께는 맛있는 음식만 드릴게요”라는 다짐은 거짓말이다. 나는 당신께 맛있는 요리를 드릴 수 없다.


강창래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은 읽는 내내 내게 죄책감을 들었다. 


그가 담담하게 ‘괜찮다’ 말하는 사랑과 위로의 문장들은 눈물로 터지기 일쑤였다. 사랑하면 이렇게 떠날 수 있구나, 사랑하면 이렇게 보낼 수 있구나, 사랑이라서 그렇구나 싶었다. 내 사랑이 부끄러웠다. 내가 유일한 취향인 ‘매운 건 싫다’는 다섯 글자가 서글펐던 날이다.


나는 그동안 내가 외면한 사랑의 방식으로, 상대방에게 사랑을 요구했을지 모른다. 내가 사랑을 주기보다 받기에 익숙해진 탓이다.


사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책을 어떻게 책을 말해야 할지 몰라 며칠을 고민했다. 징크스 아닌 징크스였다. 산책을 했고, 모니터만 수십 분 바라봤다. 오직 이 리뷰만을 생각하면서.


‘생각날 때 쓰지. 뭐’ 넘어갈 수 있었지만,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읽고 잊힌 사랑이 얼마나 많았나. 이렇게라도 쓸 수 있어 다행이다.(1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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